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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공연리뷰]칙 코리아 솔로 피아노 콘서트

입력 | 2000-09-04 20:08:00


◇ 피아노로 떠나는 소리로의 탐험

Corea라는 이름으로 한국과 분명히 어떤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하는 재즈 피아니스트 Chick Corea (본명 Armondo Anthony Corea). 단지 그의 성에 해당하는 Corea라는 이름 때문에 어쩌면 한국인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어린이 같은 동글동글한 눈망울을 가진 그가 한국에서 공연을 하는 것이 이번이 세 번째. 벌써 육순의 나이인 그가 음악생활 40여년의 모든 열정을 한 몸으로 안을 만한 푸근한 몸집으로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났다 (8월 27일 오후7시30분.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 주최:세종예술 기획, PMG).

재즈의 역사서에서나 볼 수 있는 이름의 주인공들을 직접 보게 되면 이상한 생각이 든다. 아주 늙은 호호백발에 지팡이에 의지해야만 걸을 수 있을 듯한 인물이 두발로 씩씩하게 걸어 다니고 또 스스럼 없이 연주를 하는 것을 보면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한국을 다녀 간 Chick Corea도 마찬가지.

학창 시절에 클래식 피아노로 꾸준히 실력을 다졌던 그는 컬럼비아 대학 진학, 줄리아드로 재입학 했으나 자유분방한 성격이 짜여진 학교 생활에는 적합하지 않았는지 학교를 그만두고 연주활동을 하면서 음악에 전념했다. 그는 1966년 첫 앨범 [Tones For Joan’s Bones]를 발표, 하드밥(Hard Bop)의 정수를 선보였으며, 1968년에는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 밴드에 참여하여 트럼펫을 연주하면서 퓨전 재즈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2년 동안 마일스 데이비스 밴드에서 연주하면서 트럼펫에서 일렉트릭 피아노로 악기를 바꾸었고 피아노로 탁월한 실력을 인정 받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그 후 피아노의 소리에 매료된 그는 일렉트릭 피아노로 낼 수 있는 소리들에 관해 연구하기 시작으며 1985년 "Elektric Band"를 결성하는 등 전자 악기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으나, 1990년 이후 다시 어쿠스틱 사운드로 전환, 무르익은 연주 실력을 마음껏 펼치고 있다.

퓨전 재즈의 거장으로 명성이 자자한 그가 들려줄 음악은 보통의 사람들이 즐겨 듣기에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그는 빠른 연주법과 복잡한 화성을 즐겨 연주하기로 유명하기 때문에 그것은 전문가여야만 이해할 수 있는 연주 내용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래서 이번 내한 공연에서 연주할 곡들도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약간의 두려움을 갖게 했다.

짧은 상념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동안 어느새 연주자가 편안한 복장으로 발랄하게 걸어 나왔다. 그는 예전보다 푸근해진 몸매를 과시하면서 가끔은 어린애처럼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보이기도 했다. 주위를 빙 둘러 경쾌하게 인사를 마치더니 그 공간이 마치 '자신의 집 거실' 같다고 말하고는 마실 것도 좀 들어가며 즐기라고 우스개 소리를 던졌다. 그리고는 자신의 아버지께 바치는 곡들을 연주할 것이라고 소개하면서 쓰던 안경을 벗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흘러 나오는 가락들은 예상했던 대로 쉽지 만은 않았다. 약간은 불협화음 같으면서도 조화를 이뤄나가는 사이사이 엄청나게 빠른 가락들이 흘러나올 때마다 그의 연주 실력에 감탄하기를 여러 번.

그는 종종 발도 굴러 가면서 경쾌한 리듬을 만들기도 했으며, 마치 박자가 없는 듯한 곡들을 연주하는 기분이 들게 만들 때도 있었다. 또 어릴 적 라틴 음악에 심취했다는 그는 연주를 하면서 그 시절을 회상하는 듯 흥에 못 이겨 몸을 들썩거리기도 했다.

대부분 긴 연주곡들이 관중을 지치고 산만하게 만들 수도 있었지만, 모두의 시선은 그의 열정이 실린 열 개의 손가락으로 집중됐다.

그는 실로 대단한 소리의 탐험가였다. 흑백의 건반 위를 떠다니듯 오가는 손가락들이 빚어내는 소리들만으로도 무척 다채로운데, 그는 또 다른 소리에 관심을 기울였다. 건반들이 내는 소리의 모태는 피아노 안쪽에 자리잡은 현이라 할 수 있는데, 그는 현들을 뜯으며 새로운 소리들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살며시 일어나 피아노 옆에 준비해 둔 여러 종류의 퍼커션들을 두드리는 등 ‘소리의 탐험가’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다양한 소리들에 관심을 보였다.

'퓨전 재즈의 거장', '금세기 최고의 퓨전 작곡가', '재즈에 팝-락 사운드를 부여한 최초의 인물'이라는 칭호를 얻고 있는 Chick Corea. 그가 연주하는 퓨전 재즈는 1960년대 말부터 태동한 장르이다. 근래에 퓨전 재즈라고 통용되는 이 음악은 원래는 락 음악과 혼합됐다는 이유로 락 재즈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유럽에서 대중적인 댄스 음악으로 출발한 락은 미국에서 발생한 재즈의 기원인 블루스의 특징과 매우 흡사했지만 재즈처럼 즉흥연주가 많이 나타나진 않았다. 초기의 락 그룹들은 블루스를 기초로 했으나 재즈와 락을 완전히 융합하지 못했고 예술적인 면을 추구하기 보다는 상업적인 면에 집착했다.

재즈와 락이 융합돼 예술적인 형태를 띠면서 락 재즈(근래에는 퓨전 재즈로 통용)로 발전한 것은 1960년대 말, 미국에서였다. 이후 1970년대 초부터 재즈의 대가 Miles Davis가 락과 전자악기에 관심을 두어 [Bitches Brew]라는 앨범을 내면서 본격적인 락 재즈의 시대로 돌입하게 됐다. 이 시대에 선보였던 전자악기는 일반 어쿠스틱한 재즈악기와 섞여 연주되거나 혹은 전체를 전자악기로 연주해 음향을 더욱 강하게 확대시켰고, 연주되는 곡들은 재즈 곡들처럼 예술적인 즉흥성도 포함했다.

전자악기가 뿜어내는 강한 음향, 이것이 1970년대 락 재즈의 특징이다. 음악적인 기법은 프리 재즈에 기초를 두고 있어서 아주 지적이고 전문적인 음악들을 만들지만 리듬에 있어서는 비밥 혹은 프리 재즈 등의 모던 재즈에 비해 단순한 형태를 보인다. 언뜻 들으면 불협화음으로 느껴지나, 약간은 통일된 연주자들의 즉흥연주가 부드러운 것이 특징. 대표적인 연주자로는 마일스 데이비스, 존 맥러플린(John McLaughlin), 허비 행콕(Herbie Hancock), 조 자비눌(Joe Zawinul), 웨더 리포트(Weather Report), 자코 파스토리우스(Jaco Pastorius), Chick Corea 등이 있다.

연주자에게 아름다운 소리는 그들의 감성을 더욱 증폭시켜 준다. 그 소리에 감명을 받은 연주자는 자신의 악기로 돌아와 두려움 없이 거칠게 또 다른 소리를 내뿜는가 하면 아주 신비롭고 예쁘게 포장하기도 한다. Chick Corea가 땀을 닦아가며 매 곡을 연주할 때마다 비 정형적이며 신비로운 분위기가 교차되면서, 평소에 들을 수 없어서 신선하기까지 한 연주들이 우리들의 귀를 자극했다.

그가 연주 중 몇 번을 틀렸으며, 악보 혹은 앨범에 수록된 곡이 그대로 연주되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그의 음악을 이해한다는 말은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소리를 찾아 수 십년 간을 탐험해 온 Chick Corea의 호기심과 노력이 이미 우리에게 충분히 전해졌으므로.

김효정 coolyang@tubemus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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