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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영남 訪美 돌연 취소…金대통령과 회담 무산

입력 | 2000-09-06 01:24:00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 개막 직전인 6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북한 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간의 회담이 김상임위원장의 갑작스러운 방미 취소로 인해 무산됐다. 북한측은 정상회의 참석 자체를 취소하겠다는 뜻을 밝혀 외교적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김상임위원장이 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에서 미국으로 가기 위해 미국 아메리카에어라인(AA)으로 옮겨타는 과정에서 수하물의 보안검색을 심하게 받자 이에 항의해 뉴욕행을 취소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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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표단의 최수헌(崔守憲)외무성 부상은 이날 오후 11시경 숙소인 프랑크푸르트 쉐라톤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측의 정당하지 않는 방해책동으로 정상회의 참석을 취소할 수밖에 없어 귀국한다”고 밝혔다.

최부상은 또 “우리 대표단이 항공사측의 지나친 몸수색에 대해 항의하자 항공사측 안전요원들은 ‘불량국가로 지정된 8개국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몸수색하도록 돼 있다’며 강행하려 했다”며 “이는 미국의 초청을 받은 외교단에 대한 이중적 태도”라고 비난했다.

최부상은 “미국측은 이같은 사태에 대해 공식사과해야 한다”고 밝히면서도 “이 일은 미국과의 문제일뿐 남북관계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임위원장 일행은 6일 새벽 베이징(北京)으로 돌아갔다.

북한측은 김대통령과의 회담 취소 사실을 주유엔대표부를 통해 우리측에 알려왔으며 김대통령은 뉴욕행 비행기를 타고 가는 도중에 이같은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태도를 지켜본 뒤 정부의 구체적 입장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대통령은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와 함께 5일 오후 대한항공 특별기편으로 서울공항을 출발해 6일 새벽 뉴욕에 도착했다.

김대통령은 7일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통해 최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당부할 예정이다.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