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해프닝으로 봐달라. 너무 확대 해석하지 말아달라.”
정부 고위관계자는 5일 저녁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 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미국 뉴욕행 비행기 탑승을 취소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의 회담이 사실상 무산됐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발단은 ‘해프닝 성’일지 몰라도 그에 따른 외교적 파장은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의 요지는 김상임위원장 일행이 4일 오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뉴욕행 아메리카에어라인(AA)에 탑승하려 했으나 항공사 직원이 외교단인 이들의 수하물을 일반인과 똑같이 보안 검색하려 하자 “심각한 의전적 결례”라며 미국행을 취소한 것.
북한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미국의 테러지원국 리스트에 올라있는 데다 보안검색에 익숙지 않은 북한으로서는 항공사의 무례한 대우를 미국정부와 연결시켜 ‘확대 해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메리카에어라인측은 “김상임위원장 일행이 우리 비행기를 탈 것이라는 통보를 북한 대표부측으로부터 받지 못해 공항 직원이 통상적인 보안검색을 실시하다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다. 미국 국무부도 “민간항공사의 이같은 ‘잘못된 조치’는 정부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며 “오해를 풀라”고 북한측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종합하면 이번 사건은 김상임위원장 일행과 항공사간의 오해에서 빚어진 일로, 북한 공관측이 항공사측에 외교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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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임위원장 일행은 5일 밤 뉴욕행 대신 중국 베이징(北京)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귀국길에 오른 셈이다. 날짜가 아직 남은 만큼 김상임위원장이 베이징에서 다시 미국으로 향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김상임위원장이 끝내 미국에 가지 않아 9일로 예정된 밀레니엄 정상회의 기조연설과 양자 정상회담 등 일정을 일방적으로 모두 취소할 경우 그 경위가 어떻든 국제사회의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이후 국제사회의 건전한 일원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북한의 국가 이미지에 심대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정부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