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시드니올림픽 약물 검사가 장난이 아니랜다. 올림픽 사상 최초로 피도 뽑아서 약물 검사까지 하고 금지약물 종류도 짱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우리는 이미 한차례 홍역을 치른 적이 있지 않은가.
때는 바야흐로 98년 11월 방콕 아시안게임. 한국 야구 사상 최초로 프로-아마 드림팀이 구성돼 금메달을 목표로 호기좋게 왔건만 미처 생각지 못한 의외의 일이 터졌다.
문제는 전력 최강 확보를 위해 차출한 프로 선수들에게 엉뚱하게 불거져 나왔다. 금메달을 위해 차출한 LA다저스의 박찬호, 현대의 괴물 타자 박재홍 등이 방콕 아시안게임 합류전 복용, 또는 맞았던 약물과 주사 때문이었다.
박찬호는 코 알레르기가 있으신 분인데 제주도 전지훈련에서 감기에 걸렸다. 그래서 모교인 한양대 병원(제주의 조그만 병원은 안된다. 꼭 대학병원이라야 한다. 이런 인간들 땜에 대학병원이 미어 터지지 우라질!)에서 진찰 받은뒤 지어 먹었다.
박재홍은 오른쪽 발목을 페넌트레이스 도중 심하게 다친뒤 속칭 뎃포 주사를 맞고 경기에 나갔다. 합숙훈련에 참가한 뒤에도 주사를 계속 맞았다.
막강한 팀 전력 덕에 드림팀은 승승장구 했지만 대한야구협회 임원들은 이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결승전을 앞두고 나서 문득 머리 속에 떠올랐다(대한야구협회,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협회는 부랴부랴 한국으로 급히 연락, 현대 팀 지정병원과 한양대병원에 의사 소견서를 부탁, 팩스로 받았다. 이젠 안심할 수 있을까. 그러나 역시 또 하나의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선수들에게 혹 “방콕 오기전에 한약을 먹은 선수들이 있냐”고 일일이 물어봤다. 절반 가량이 손을 들었다. 이쯤되면 누가 어떻게 도핑테스트에 걸릴지 모르는 일이었다.
금메달은 날아가고 한국대표팀은 불명예를 뒤집어쓸지도 모르지 않은가.
준결승을 마치고 한국 일본 대만 중국 4개팀 선수단은 제비뽑기를 각각 했다. 국가대표팀에는 이병규(LG)가 뽑혔고 천만다행으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병규는 지난해 시드니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도 도핑 샘플로 뽑혔다. 3시간 가량 땀을 흘린뒤 안 나오는 소변을 받아 내느라 2년 연속으로 고생 했다.
이병규. 시드니서 이번에도 뽑히면 정말 좋겠다.
소변의 왕자, 이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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