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강원도의 한 산골에서 왔다는 70대 노인이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를 찾았다. 허름한 옷차림의 이 노인은 다짜고짜 7층 총재실로 올라와 이회창(李會昌)총재와의 면담을 요청했다. 주진우(朱鎭旴)비서실장이 용건을 묻자 이 노인은 불쑥 보자기를 하나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
“심산유곡(深山幽谷)에서 캔 귀한 산삼이니, 총재님께서 드시고 민주화 투쟁을 더 힘껏 해달라.”
주실장은 이에 “성의는 고맙지만, 받기 곤란하다”며 노인을 돌려보냈다.
그러나 이 얘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이총재가 산삼 먹고 힘이 나 요즘 장외집회에 더 열을 올린다’는 말로 와전됐다. 주실장은 이에 대해 “산삼은 무슨 산삼이냐. 총재도 보고를 듣고 잘했다고 하더라”며 펄쩍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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