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한국 축구의 수호신!’
지난해까지 이천수(19·고려대)와 김용대(21·연세대)에겐 언제나 ‘차세대’란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하지만 이제 어느 누구도 이들을 차세대라 부르지 않는다. 불과 1년새 이들을 빼놓고는 아예 한국 축구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스스로의 실력으로 당당히 꼬리표를 떼며 한국축구의 ‘대들보’로 성장했다. 이천수의 이름대로 ‘2000 수(秀)’가 된 것.
6일 장도에 오른 한국올림픽축구대표팀이 사상 첫 올림픽 8강을 자신하는 것도 이들이 최전방과 최후방에서 버티고 있기 때문.
이천수는 체격조건(1m72,62㎏)만 놓고 보면 ‘과연 저 몸으로 축구를 잘 할 수 있겠나’ 하는 의심이 들 만큼 작고 초라하다. 작은 몸 때문에 부평고에 입학한 뒤 처음에는 후보로 밀리는 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신체적인 불리함이 오늘의 이천수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평초등학교 4년때 축구를 시작하며 왼발의 힘을 키우기 위해 왼쪽으로만 공을 차 지금은 왼발의 힘이 오른발을 능가할 정도고 밤에 동료들이 잠자는 시간에 혼자 운동장을 돌며 체력을 키웠다. 경기중 체격에서 밀리면 ‘악’으로 버텼다.
이런 과정을 거친 탓인지 이천수는 카리스마적인 승부근성이 몸에 익었다. 현 올림픽대표팀에서 막내인 그가 그라운드에 서면 공수를 조율하는 ‘야전사령관’으로 돌변하는 것도 근성 탓이다.
‘국가대표팀간(A매치) 8경기에서 1실점, 올림픽대표팀간 19경기에서 15실점.’
수문장 김용대의 성적표다. 준수한 외모와 1m86, 73㎏의 듬직한 체격에 스피드와 순발력이 뛰어나 일찌감치 김병지(울산 현대)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꼽혔던 김용대가 사실상의 대표 1진으로 인정받은 것은 4월 한일전부터. 당초 주전 골키퍼로 예정됐던 김병지가 부상하는 바람에 선발 출장했던 김용대는 한 골도 허용치 않는 선방으로 단숨에 자신의 주가를 높였다.
최근까지 올림픽대표팀에 와일드카드로 김병지의 합류가 끊임없이 거론되며 김용대는 마음 고생을 겪기도 했지만 김병지가 최종적으로 제외되며 주위의 믿음을 재확인한 것도 자신감을 북돋우는 요인이 됐다.
“올림픽 8강을 반드시 이루고 돌아오겠습니다.” 이들은 6일 오후 7시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으며 굳은 결의를 다졌다.
한국올림픽축구대표팀은 10일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팀과 마지막 평가전을 가진 뒤 14일 스페인과 올림픽 예선 첫 경기를 치른다.
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