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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난치병의 새 희망인가

입력 | 2000-09-06 18:33:00


8월 9일

서울대 황우석교수(수의대) 인간배아복제 특허출원 발표. 실험에 사용된 재료는 36세 한국인 남성 귀세포와 한 여성으로부터 얻은 난자. 인간의 체세포와 난자를 이용해 실험에 성공한 예로는 세계 최초.

8월 15일

미국 로버트 우드 존슨 의대 연구팀이 인간 골수에서 채취한 줄기세포의 80%를 신경세포로 전환시킨 실험이 뉴욕타임스에 보도. 이 신경세포를 쥐의 뇌와 척수에 주입한 결과 수개월 가까이 정상적으로 제기능을 발휘.

8월 30일

마리아불임클리닉 기초의학연구소(소장 박세필) 냉동배아로부터 줄기세포를 배양하는데 성공해 국내에서 특허출원 발표. 인간배아를 대상으로 한 실험으로는 세계 세번째, 냉동배아를 사용한 점에서 세계 최초.

지난 8월 세계 난치병 환자에게 장밋빛 희망을 던진 세가지 굵직한 사건이 터졌다. 이들의 공통된 연구목적은 줄기세포(간세포, stem cell)를 얻는 것이다.

줄기세포는 몸의 모든 조직으로 자랄 수 있는 만능세포로, 치매에 걸린 환자에게 줄기세포를 이식하면 손상된 뇌부위에서 건강한 세포가 자란다. 같은 원리를 이용해 당뇨병, 파킨슨씨병, 간질환, 심장병, 백혈병 등 각종 난치병 치료는 물론 손상된 망막 재생까지 가능하다.

줄기세포는 신약이 개발됐을 때 그 효능을 점칠 수 있는 샘플로도 사용된다. 시험관에서 인간의 줄기세포를 간이나 심장 세포로 발달시킨 후 신약을 투여해 약효를 확인할 수 있어 동물실험을 거치는 번거로움이 사라진다. 이런 장점 때문에 향후 5―10년 내 줄기세포와 관련한 세계 시장은 3000억달러에 달한다고 점쳐진다.

▼세가지 방법 장단점도 제각각▼

황우석교수가 성공시킨 인간배아복제는 ‘인간’과 ‘복제’라는 말 때문에 복제인간을 연상시키지만 실제 목적은 줄기세포를 얻으려는 것이다.

황교수는 먼저 인간의 귀에서 떼어낸 세포를 핵이 제거된 여성의 난자에 융합시켜 ‘새로운 형태의 수정란’을 만들었다. 이 수정란이 5―6일 정도 지나 배반포기 상태로 자라면 안쪽의 세포덩어리를 떼어내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다.

인간배아복제의 강점은 환자 자신의 줄기세포를 이식했기 때문에 몸에서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8월 16일 영국 정부가 의학연구 목적에 한해 인간배아복제를 허용한 것은 바로 이런 장점을 높이 평가한 것.

하지만 인간배아복제는 커다란 윤리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수정 후 5―6일 된 배아 역시 생명체이기 때문에 실험용으로 다뤄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복제 수정란을 여성의 자궁에 착상시켜 복제인간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폐기될 운명의 냉동배아 사용▼

이에 비해 마리아불임클리닉의 실험은 상대적으로 윤리적인 비판을 적게 받는다. 수정 후 5―6일 된 배아가 사용된 점은 같다. 하지만 이들은 5년 이상 보존됐거나 환자와 연락이 안돼 폐기될 처지인 냉동 배아였다.

8월 23일 미국 클린턴대통령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폐기될 냉동배아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때 허가를 받은 대상은 폐기될 처지의 냉동배아였다. 마리아불임클리닉은 미국 정부가 허가한 항목에 대해 최초로 특허를 출원한 셈이다.

하지만 줄기세포가 환자 본인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이식받은 환자는 평생 면역거부억제제를 투여해야 할지 모른다. 이에 대해 박소장은 “마치 골수은행처럼 다양한 줄기세포를 모은 은행을 만들면 면역거부 문제를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면역거부반응과 윤리문제 모두를 일으키지 않는 제3의 길은 없을까? 바로 8월 15일 보도된 미국 연구팀의 실험이 그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사용된 실험재료는 성인의 골수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다. 배아에 대한 어떤 연구도 허용하지 않는 로마 교황청이 성인의 골수, 췌장, 뇌 등에서 줄기세포를 찾는 실험에 대해서는 지지를 보내고 있다. 또 치매환자의 경우 자신의 골수에서 줄기세포를 얻어 손상된 뇌에 이식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면역거부반응도 없다. 환자 자신의 몸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방’인 셈이다.

▼윤리문제 없는게 장점▼

하지만 난관이 있다. 성인의 줄기세포는 배양하는 동안 제기능을 발휘하는 시간이 너무 짧아 의료적으로 사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또 성인의 조직에서 줄기세포를 찾는 일이 매우 어렵다. 골수세포의 경우 100억개 보통 세포 가운데 줄기세포가 1개 있는 정도.

복제된 인간배아, 냉동된 배아, 그리고 성인 가운데 줄기세포를 확보할 수 있는 최선의 후보가 무엇일지 장담하기 어렵다. 다만 줄기세포가 수많은 난치병을 정복하는 시기를 성큼 앞당길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wolf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