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는 탐욕스러운 독점주의자이든 영특한 기업가이든 간에 미국 신경제를 이끄는 정보통신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임에 틀림없다.”
미국의 USA투데이지는 4일로 창사 25주년을 맞은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게이츠 회장을 단독 인터뷰, 그의 경영관과 인물 됨됨이 등을 상세히 보도했다.
투데이는 5일자 기사에서 반독점법 위반 소송, 차세대 윈도시스템 개발 등 굵직한 변수 때문에 대변화의 기로에 서 있는 게이츠 회장을 소프트웨어 용어를 원용해 ‘빌 게이츠 2.0’으로 표현했다.
이 신문은 게이츠 회장의 시애틀 본사 회장 집무실에는 세계 최고 기술 개발자의 사무실 답지 않게 기술 관련 서적이 거의 없었다면서 게이츠 회장은 평소 버릇대로 의자를 앞뒤로 흔들며 여유있게 인터뷰에 임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게이츠 회장이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경영인임에도 불구하고 실패에 대해 남다른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면서 중소기업에
불과한 넷스케이프를 이기려다 반독점법 위반 소송에 휘말리게 된 것도 이같은 성공에 대한 강박 관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게이츠 회장은 “컴퓨터 이용자들이 윈도를 나가고 들어올 때마다 나를 기억해 주기를 희망한다“면서 공격적이고 남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일부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서는 “기술 개발자 이외의 사적인 이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하버드대 의대에 4500만달러를 기부하는 등 자선사업에 주력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독점법 소송에 따른 기업 이미지 개선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강철왕) 앤드루 카네기가 과거 문화 사업에서 이름을 남겼듯이 나는 에이즈 말라리아 등 질병 퇴치에 앞장선 인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게이츠 회장은 “나는 경영에서는 수많은 실패를 거듭했지만 기술적으로는 미래를 예견하는 탁월한 안목이 있는 것 같다”고 자평하면서 “올해 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업무 시간의 70% 이상을 인터넷 접목 기술인 ‘닷―네트(dot―Net)’ 소프트웨어 개발에 쏟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MS 회사 설립 후 5년동안은 재무 구조가 취약해서 매일 현금이 얼마나 남았나를 점검하는 것이 주요 일과였다”며 “80년대초 타임지 표지에 내 얼굴이 실리면서 성공한 것을 비로소 실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게이츠 회장은 현재 자신의 소프트웨어 기술개발 능력이 절정기에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최근 진행되고 있는 반독점법 위반 항소심에서 패배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않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게이츠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취미 등 사생활에 대해서도 상세히 밝혔다. 그는 “4년전 결혼해 자녀 둘이 생기면서 일에만 몰두하던 습관을 포기했다”며 “이달말 가족과 함께 시드니로 가서 하계 올림픽을 관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의 취미는 골프와 최근 시작한 온라인 브리지 게임. 게이츠는 골프 핸디가 20 정도라면서 얼마전 개최된 온라인 브리지 게임에서 160명 중 40위를 차지했다고 자랑했다.
그는 자녀들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브리지 게임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며 아내 멜린다와 레스토랑에서 경호원없이 식사하는 것도 즐긴다고 말했다.
게이츠 회장은 “잭 니클로스와 골프를 치거나 세계 유명작가들과 함께 자가용 비행기로 여행을 하기도 하고 최고급 예술품과 역사적 유물을 구입하는 취미도 있다”며 550억 달러의 재산을 가진 세계 최고 갑부다운 면모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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