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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유가 국민 호주머니 비운다

입력 | 2000-09-06 18:33:00


국제유가 상승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호주머니 사정이 크게 나빠졌다. 명목상으로는 돈을 번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 상품 등을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은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민소득 증발’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

4∼6월의 실질 국민총생산(GDP)는 117조4926억원. 그러나 이 기간의 국민소득으로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양으로 나타나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99조9569억원에 그쳤다. 17조원에 가까운 돈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한국은행 최춘신(崔春新)국민소득팀장은 “이 돈은 국민의 호주머니에 그대로 남아있지만국제유가가 크게 오르는 바람에 번 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양이 줄었다”며 “실질무역손실액이 자그마치 16조5421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유가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국민소득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

한은 정정호(鄭政鎬)경제통계국장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교역조건 지수는 거의 70년대 오일쇼크 수준으로까지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 국민은 사실상 ‘제3의 오일쇼크’를 겪고 있는 셈. 국제유가는 5일 현재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35.90달러까지 치솟는 등 상승세가 누그러질 기미가 없다.한편 2·4분기 저축률은 33.3%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6%포인트가 하락했다. 민간소비지출 증가율은 10.5%로 전분기의 13.0%보다는 낮아졌으나 국민총가처분 소득증가율 8.6%는 앞지르고 있다. 즉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지출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뜻으로 이로 인해 저축률이 떨어진 것.반면 투자율은 투자확대와 건설부문 투자 감소폭이 줄면서 2·4분기에 29.4%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7.6%에 비해서는 다소 높아졌다.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