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현대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사진)가 완성한 큐비즘(입체주의)은 위대한 창의성의 결실이 아니라 참을 수 없는 편두통의 산물일 수도 있다는 색다른 주장이 제기됐다.
독일 신경학자 미셸 페라리는 최근 열린 국제신경학회에서 발표한 편두통 환자들에 대한 임상소견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가설을 제시했다고 영국의 BBC방송이 5일 보도했다.
페라리는 환자들에게 편두통이 엄습하는 순간 그들이 본 장면을 그림으로 그리도록 했더니 피카소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우는 여인’ 시리즈 및 ‘모자를 쓴 여인의 초상’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페라리박사에 따르면 편두통 환자들은 증상이 극심할 때 사람 얼굴이나 풍경이 세로로 쪼개지고 분할된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우는 여인’의 경우 여인의 얼굴이 수직선을 따라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져 양쪽 눈과 귀의 위치가 다르고 비례도 맞지 않는 변형된 모습을 하고 있다. 물론 피카소는 생전에 편두통에 대해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으며 대신 “내가 본 것이 아니라 생각한 형태를 그린다”는 명언을 남겼다.
그러나 페라리박사는 피카소의 그림들이 30년대 후반부터 갑자기 과격한 큐비즘 경향을 띠게 된 사실에 주목, 이때부터 피카소가 편두통을 앓았을지도 모른다고 추정한다.
미술평론가들은 피카소가 아프리카 원시미술 등 다양한 장르에서 큐비즘의 영감을 얻었으며 ‘우는 여인’은 스페인 내전에 대한 분노와 고통을 형상화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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