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값을 올린다면 장애인용은 면세혜택을 줘야 한다.”(장애인단체)
“장애인에게 면세유 혜택을 주는 나라는 없다. 인상분을 보조금 형태로 돌려주는 것으로 충분하다.”(재정경제부)
“수당형식으로 돌려주는 것은 어렵다. 인상분으로 걷힌 세금을 장애인 관련시설 확충 등에 사용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다.”(기획예산처)
액화석유가스(LPG) 값이 인상되고 이에 따른 장애인 지원대책이 정부 부처간 이견으로 갈팡질팡하면서 장애인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가격 구조개편으로 LPG 값이 최고 70%까지 오르는 바람에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의 생계부담이 늘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입장이 불투명해 장애인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것.
장애인들은 정부과천청사와 여의도 세종로 등에서 연일 차량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7일 오후에는 서울역 앞에서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한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고 명동성당까지 가두행진을 벌일 계획이다.
▽장애인 왜 화났나〓현재 LPG를 연료로 사용하고 있는 장애인 차량은 대략 20만대. 정부의 이번 LPG값 인상조치로 LPG차량을 소유한 장애인들은 매달 10만원 안팎의 추가부담이 불가피해졌다.
정부 방침에 대한 장애인단체의 불만이 고조되자 재정경제부 등은 세금 인상분에 에너지특별회계 예산까지 추가로 끌어와 보조금 형태로 환급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예산안을 짜는 기획예산처가 재경부의 안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 기획예산처는 “수당 형태로 지급할 경우 세수부담이 불가피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어 현실적으로 장애인을 위한 교통시설 확충에 관련 예산을 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장애인들은 기획예산처의 입장에 대해 “장애인에게 돈을 걷어 장애인 관련 시설을 만들겠다는 것으로 후안무치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면세혜택 논란〓정부방침이 부처간 이견으로 오락가락하면서 문제해결이 어렵게 되자 장애인단체는 아예 세금 인상분을 제외한 면세가격으로 LPG를 공급해 줄 것을 정부측에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김동범사무처장은 “왜 정부가 명분 없이 장애인으로부터 돈을 걷어 돌려주는 방법을 고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장애인에 한해 면세가스를 구입할 수 있는 혜택을 준다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장애인용 LPG에 면세혜택을 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면세유 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업주들의 변칙운영을 우려하고 있는 것. 선진국에서도 장애인에게 면세유를 공급하는 사례가 없다는 것이 또 다른 이유다.
하지만 장애인단체는 장애인 운전자에게 면세카드를 발급하고 전국 55개소 LPG충전소에 장애인 차량을 데이터베이스화한다면 관리상의 문제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운영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보완이 가능한데 정부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다고 이들 단체는 비난하고 있다.
▽해법은 없나〓장애인 단체의 반발이 거세지자 야당인 한나라당은 6일 성명을 통해 “장애인 차량에 대한 유류인상분을 유류비 보조수당으로 지급하겠다는 계획은 LPG 사용량과 연계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며 “장애인의 복지를 위한 이동권 보장차원에서 면세유를 공급하라”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 최열사무총장은 “장애인의 불편을 줄이고 행정적인 낭비를 막는다는 대전제 하에 양자가 머리를 맞대고 차분하게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unshade@donga.com
LPG가격 인상분 반환에 따른 입장 차이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장애인단체
환경운동연합
인상분+α를 보조금형태로 지급.
면세혜택은 외국에도 선례가 없고 운영 상의 문제가 있어 원칙적으로 불가.
수당형태로 지급하는 것은 곤란.
관련 세금을 장애인 시설확충에 사용.
추가지원예산도 에너지특별회계에서 마련.
불필요한 세금을 거둬 이를 다시 나눠주는 것은 징세편의주의적 발상.
현실적 문제해결을 위해 장애인에 면세가스 공급.
장애인의 요구사항을 기초로 정부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 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