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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영남 訪美취소 파장]외신 반응

입력 | 2000-09-06 18:48:00


북한 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전격적인 방미(訪美)취소는 관련 당사국들에게 아쉬움과 놀라움을 안겨줬다. 그러나 각국은 대북관계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대통령 "몹시 안타깝다"▼

○…“아쉽고 안타깝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느냐.” 김상임위원장의 방미취소사건을 보고 받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몹시 애석해했다. 김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뉴욕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특별기 기내에서 처음 보고 받았다. 김대통령은 6일 오전(한국시간)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박준영(朴晙瑩)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을 통해 안타까움을 표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김대통령과 참모진의 기본 입장은 “우리 정부가 깊숙이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것. 자칫하면 북―미 관계가 악화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김대통령과 참모들은 공식적인 언급을 삼간 채 “좀 더 지켜보자”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형철(李衡哲)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는 6일 유엔본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에 어떤 대표도 파견하지 않겠다”며 “미국이 (이번 사건으로) 아주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이) 미 행정부의 각본에 의해 구성된 것”이라며 “미국측의 행동은 국제법이나 관행을 무시하는 깡패들이나 할 수 있는 행동으로 우리는 그 같은 주권침해를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지는 6일 “빌 클린턴 정부는 북한대표단의 미국 방문이 북―미 관계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했지만 물거품이 됐다”면서도 이번 사태가 남한―북한―미국의 3자 관계에는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행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미국 정부도 책임이 없지는 않지만 대표단의 여행일정을 국무부에 미리 통보하지 않은 북한측도 잘못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항공기를 이용하는 걸 알았더라면 미 국무부가 해당 항공사에 보안검색을 면제하도록 특별지시를 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 관리는 “북한측은 당초 독일의 루프트한자 편으로 뉴욕에 도착할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지는 김상임위원장이 이끄는 북한대표단이 ‘무례하고 도발적인’ 취급에 항의, 밀레니엄 정상회의 참석을 포기하고 돌아갔다고 보도하고 북한의 2인자이자 형식상 국가수반인 김상임위원장은 한국전 이후 미국을 방문키로 한 최고위인사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 ‘빌 클린턴 정부는 그의 미국행이 북―미 관계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조심스레 낙관했지만 결국 물거품이 됐다’며 ‘이번 사태가 남북한과 미국 등 3자간의 관계 개선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日紙 "적성국 제외 압력"▼

○…일본 아사히신문은 ‘김상임위원장이 미 항공사와의 마찰로 밀레니엄 정상회의 참석을 취소함으로써 북―미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또 북한은 미국의 적성국 목록에 포함됐기 때문에 부당한 취급을 당했다는 점을 부각함으로써 이 목록에서 북한을 제외하도록 압력을 넣으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NHK 등 방송들도 김상임위원장의 방미취소를 주요 뉴스로 보도하며 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총리와 김상임위원장과의 회담이 무산된 데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獨紙 "北 고의취소 가능성"▼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지는 김상임위원장의 방미취소는 남북한이 수십년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해가고 있는 최근의 화해무드를 후퇴시킨 첫 번째 사건이지만 북한이 남한과의 화해정책을 중단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방송은 5일 김상임위원장의 방미취소로 밀레니엄 정상회의는 다소 빈약해졌다고 전하고, 그러나 이번 사태는 한반도의 긴장완화 분위기를 해칠 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과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는 “김상임위원장의 갑작스러운 방미취소는 북한의 고의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y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