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마리의 물고기와 한 마리의 개구리에서 암수가 뒤바뀌는 현상이 관찰됐다는 환경부의 조사결과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암컷이 수컷으로 바뀌는 현상이 한 군데에서만 나타난 게 아니라 여러 곳에서 나타났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환경호르몬(내분비계 교란물질)의 영향으로 여겨지는 암수변이의 전국적 현상은 전국의 토양 토질 대기가 이미 생태계를 교란시킬 만큼 더러워졌음을 의미하고, 결국 인체에도 영향을 미치리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호르몬은 인체의 면역기능이나 신경계를 교란시키며 심지어는 정자수 감소현상 등 생식기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가 환경호르몬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환경호르몬이 체내에 축적돼 결국 암 같은 질병에 시달릴 수도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발암물질로 알려진 다이옥신이 산모의 최초 모유인 초유에서 섭취 기준량의 24∼48배나 검출됐고, 1971년에 사용 금지된 살충제 DDT의 변형물질인 DDE가 요즘도 검출됐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보고도 있다.
환경호르몬은 발생 원인이 다양한 데다 환경 매체간을 이동하며 농수산물이나 화학제품 등에 잔류하는 특성이 있다. 쓰레기 등 폐기물 소각시 나오는 다이옥신, 농약류, 수은, 납, 플라스틱 성분인 비스페놀A 등 많은 물질은 성질에 따라 대기 중에 떠돌아다니거나, 땅이나 물에 스며들기도 하며, 가공식품에 남아 있다. 환경호르몬은 식품, 호흡, 음용수, 먼지 등 다양한 경로로 인체에 유입되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다.
환경호르몬은 철저한 환경 보호와 관리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관리기준이나 섭취 안전기준이 없을 만큼 환경호르몬에는 무방비 상태였다. 환경부의 이번 조사는 말하자면 실태파악 수준이다. 환경부가 인체와 식품에 대한 환경호르몬 축적여부 조사 및 안전기준 설정, 배출 경로 및 배출량의 조사 등을 규정하는 특정유해물질관리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환경호르몬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함께 자연파괴가 인간에게 주는 경고를 가슴에 새기는 일이다. 정부는 전국적 환경호르몬 검출을 환경 오염의 문제로만 보지말고 국민의 생존이 걸린 국가적 문제로 대처해야 한다. 시민 개개인은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 환경호르몬 배출 물품 사용을 억제해야 한다. 환경파괴 산물인 환경호르몬은 끝내 인간을 파괴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