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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銀 대출 파문]"벼랑끝 이운영씨 우리가 도와주자"

입력 | 2000-09-06 23:11:00


“운영이를 믿기 때문에 나중에 범인은닉죄로 처벌받을 각오로 도와주고 있다.”(이운영씨의 대학선배 O씨·전 기업체 홍보부장)

검경의 수사망을 따돌리며 박지원 당시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과 박혜룡 현룡씨 형제의 대출보증 압력설을 여러 방식으로 제기하고 있는 전 신용보증기금 영동지점장 이운영(李運永·52)씨. 그의 주위에는 뜻밖에도 “이씨가 탄압받고 있다”고 확신하며 도피생활을 도와주는 대학동창 집단이 있어 관심을 모은다.

실정법 위반은 물론 ‘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비칠 수도 있는 이런 일을 자청한 사람들은 이씨(66학번)가 동국대 재학 시절 만든 동아리 ‘농어촌연구부’ 출신의 선후배들.

이들이 최근 이씨의 도피생활을 돌보는 가운데 가장 신경쓰는 것은 신변보호. 동아일보와 회견을 가진 5일에도 이들은 “주변에 30여명의 동창을 곳곳에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을 정도다. “검경에 붙잡혀 구속되기 전 언론에 모든 것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

기자가 이씨와 만나는 과정도 첩보영화를 방불케 했다. 이씨측은 약속장소에 나타나 “이 순간부터 휴대전화를 꺼달라”며 “보안상 제3의 장소로 이동하자”고 제안했고, 이동과정에 수사기관 소속으로 보이는 차량들(서울50거90x6 쏘나타, 서울43거90x6 카스타 등)이 미행하는 듯하자 10분 거리의 회견장소 주변을 30분 가량 돌며 추격을 따돌렸다.

이씨측은 “도피자금 중 일부를 동창모임의 기금에서 조달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여기에 총동창회의 지원도 일부 가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문화관광부장관을 최근 세 차례 만난 ‘메신저’가 총동창회의 간부 지모씨로 확인된 것. 이들 동창은 “발이 넓은 지씨가 박장관에게 ‘결자해지의 자세로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당당하게 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5일 낯모르는 차량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기자를 이씨에게 안내한 이씨의 대학선배 S씨는 자신을 ‘전직 안기부 수사관’이라고 소개하며 “대명천지에 이런 일(대출보증 압력과 보복수사 등)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느냐. 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꿈쩍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학의 동창집단이 그 구성원의 구명을 위해 이렇게 각종 위험을 무릅쓰게 만든 동인(動因)은 과연 무엇일까.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