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일어서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가는 ‘기립불능증’이 전국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당국은 “전염병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밝혔지만 축산농가의 불안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농림부 국립수의과학연구원은 6일 현재 전국적으로 소의 기립불능증이 231개 농가에서 447마리가 신고됐다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충북이 189마리로 가장 많고 충남 176마리, 강원 40마리, 경기 23마리, 전북 19마리인 것으로 집계됐다.
수의과학연구원 김옥경(金玉經)원장은 “기립불능증의 원인과 관련해 14가지 전염병 검사를 실시했으나 전혀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따라서 이번에 나타난 기립불능증은 전염병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김원장은 “기립불능증은 소가 스트레스를 받아 저항성이 약해질 경우 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나타날 수도 있다”면서 “최근 폭우를 동반한 고온다습한 날씨로 소가 스트레스를 받았고 사료에 곰팡이가 자라거나 먹는 물이 혼탁해지는 경우가 많아 기립불능증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의과학연구원은 기립불능증세를 보이는 소에게는 비타민 B, E복합제재 및 5% 포도당을 주사하거나 칼슘제재를 투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편 농민 김모씨(48·충남 서산시 고북면)는 “기르던 젖소 20마리 가운데 4마리가 뒷다리를 사용하지 못하고 주저앉은 뒤 사료를 먹지 않아 불안하다”며 “당국에서 속히 검사 결과와 대책을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모씨(46·충북 청원군 내수읍 원통리)는 “지난달 중순부터 기르던 송아지들이 시름시름 앓다 1주일 전부터 모두 8마리가 숨졌다”며 “그러나 숨진 송아지들은 충북도가 기립불능증으로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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