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희의 아름다운 시절' 조성기 지음/민음사 펴냄/192쪽 7000원▼
2000년 8월15일 서울과 평양에서는 엄청난 '눈물잔치'가 있었다.
이름하여 이산가족 상봉. 분단 50년만의 일이다.
중견작가 조성기씨가 펴낸 이 창작집은 작가가 15년전에 세들어살던 집의 안주인 이야기이다.
안주인 이종희씨는 이 땅의 딸이자 누이이자 어머니이다. 원산에서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곱게 자라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인생이 뒤죽박죽된다. 신난한 부산의 피난생활, 북에 계신 부모님과의 생이별, 이후 남한에서의 생활투쟁, 인생투쟁. 이제 마지막으로 가족상봉의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다 고인이 되고만 종희씨.
작가는 이광모감독의 영화 '아름다운 시절'을 보고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 썼다고 한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이 정례화되는 이때, 이 소설은 만인의 심금을 울릴만 하다.
'이산의 아픔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제발 공감이 되어야 할텐데' 작가의 조심스럽고 안타까운 바람이란다.
3편의 작품중 '타타르인의 참혹한 시절'은 6·25당시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타타르인 가족이야기이다. 명동근처에서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던 이들은 종업원의 모함으로 스파이로 오인받아 중간진까지 끌려가 고초를 겪는다. 휴전협정으로 극적으로 목숨을 구해 미국으로 떠난다. 88년 올림픽때 방한해 전쟁의 흔적을 찾지만 서울은 '빛과 그늘'의 요지경으로 변해있다. 이 이야기도 작가가 실제로 주인공을 만나 취재했다고 한다.
최영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