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일레븐과 리쿠르트는 망해도, 도요다자동차와 소니는 닷컴기업의 보조자로 남는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산업을 ‘닷컴’과‘굴뚝’으로 분류하는데 익숙해져 왔다. 당연히 희망은 닷컴에 있고, 굴뚝산업은 공룡같이 자기 힘에 못이겨 퇴장하는 존재들로 인식됐다.
과연 그럴까? ‘닷컴이 망해야 e비즈니스 성공한다’는 일본 기업을 통해 이런 잘못된 인식을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오히려 닷컴시대의 승리자는 탄탄한 제조업의 기반을 갖춘 회사들이라는 실례를 들면서.
먼저 소니의 경우를 보자. 소니는 디지털 관련 기기를 생산해왔던 기술력에다, 세계수준의 영화와 음악산업에 투자한 실력을 갖고 있다. 여기에 후지TV 출자를 통해 미디어 부문까지 영역을 확대했고, 최근에는 이 세 부문을 연결하기 위한 전자네트워크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소니의 전진은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세 개부문에서 필요한 소비자 금융에 부응하기 위한 넷은행을 설립하려 하고 있다.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일본 유수의 산토리 맥주는 전국의 지점은 물론 하청업체까지를 연결하는 웹사이트를 개발해 이미 재고와 판매관리에 이용하고 있을 정도다. e비즈니스에서 굴뚝기업이 순수 닷컴보다 얼마나 우위에 설 수 있는가 하는 실례는 편의점업계, 그중 세븐일레븐이 대미를 장식한다. 세븐일레븐은 기존의 점포망을 통해 전자상거래업체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인 택배를 손쉽게 해결했고, 은행과 제휴를 통해 전자결제 시스템까지 도입했다.
미국과 일본은 처음부터 e비즈니스에 접근하는 방법이 달랐다. 미국이 순수 닷컴기업을 전면에 내세운 반면, 일본은 기존의 산업에 접목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가 일본이 세계적인 경제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미국의 ‘아마존’같이 특출한 전자상거래업체가 하나도 없는 이유이다. 미국과 일본의 방법중 어떤 한쪽이 일방적으로 승리할 수는 없다. 오히려 두가지가 발전적으로 결합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점이 우리가 일본기업의 넷비즈니스 전략을 엿보아야 하는 이유다.
일본은 제조업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제조업을 한단계 올리기 위해 넷비즈니스를 결합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가 산업구조를 모델로 했던 것이 일본이라는 것을 이제는 다시 한번 음미해 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닷컴이 망해야 e비즈니스가 성공한다'/ 린 시코 지음/ 김영한 김천오 옮김/ 지원미디어/ 302쪽, 9500원▼
이종우(대우증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