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 영화가의 태풍의 눈으로 등장하게될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남북한 병사로 연기대결을 펼친 이병헌과 송강호는 정말 다르다. 이병헌이 깎은 듯한 외모와 부드러운 목소리를 지녔다면 송강호는 둥그스름한 얼굴에 쇳소리나는 억양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병헌은 TV 탤런트시절부터 주연연기자로 주목을 받아왔고 송강호는 연기를 시작한 연극 무대에서는 물론 영화계에서도 주로 조역만을 맡아왔다. 하지만 영화판 흥행성적만 놓고 본다면 송강호가 훨씬 앞서있다.
그처럼 다른 두 사람이 영화를 같이 찍으면서 영화속 이수혁병장과 오경필중사처럼 서로를 이해하고 아끼게 된 것은 영화와 너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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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형 얼굴은 볼살이 많고 각이 지지 않았기 때문에 작은 표정의 움직임을 잡아내기에는 약점이 많아요. 하지만 끝에 신들린 듯한 연기연습 끝에 뿜어나오는 강렬한 눈빛연기에 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영화를 찍기전에 지녔던 병헌이에 대한 선입관이 다 깨졌습니다. 인간적 배려도 참 따뜻하지만 순간적인 집중력을 발휘해 나오는 연기가 너무 자연스럽고 편안하더라구요. 그걸 보고 ‘결코 만만한 친구가 아니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JSA’에 대한 찬사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뭐냐고 물었더니 두사람은 이구동성으로 ‘앙상블 연기’를 꼽았다.
“김태우 신하균과 우리 둘, 그리고 이영애씨까지 누구 한명 튀지않고 처지지 않으면서 완벽한 일체감을 지니고 영화를 끌고갔다는 것이 가장 자랑스럽습니다.”
그들이 ‘JSA’에 들인 노력은 그만큼 남달랐고 땀방울도 남들리 흘렸다. 완벽한 북한말을 구사하기 위해 한달동안 북한말 테이프를 달달 외고 다니는가 하면 아예 성균관대 강당을 빌려 영화 첫장면부터 마지막장면까지 전 장면을 연극연습하듯 반복했다. 또 눈밭에서 남북한 병사들이 만나는 장면을 찍을 때는 피부가 찢어지는 듯한 추위가 몰아닥쳐 거의 실신상태에서 연기를 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남북병사들이 우정을 나누는 장면이 비현실적이라는 일부의 지적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우리가 어린 시절 받았던 편파적인 반공교육의 재생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이념이나 국가관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체제에 희생되는 개인의 이야기니까요.”(공익근무요원으로 6개월만에 제대한 이병헌)
“판문점에 가보세요. 부동자세로 서있는 것은 한국병사고 북한병사들이 오히려 삐딱한 자세로 어슬렁거리고 돌아다닙니다. 어떤 면에서는 그들보다 우리가 더 경직된 것이 아닐까요.”(최전방 철책근무를 서다 육군병장으로 제대한 송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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