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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선택2000]고어 "백악관이 보인다"

입력 | 2000-09-08 20:05:00


11월7일 실시될 미국 대통령 선거의 풍향을 가늠할 노동절(4일) 직후의 첫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가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를 앞섰다.

미국의 유에스에이 투데이지와 CNN방송,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7일 공개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어 후보는 47%의 지지를 얻어 44%의 지지를 얻은 부시 후보를 3%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당의 랠프 네이더 후보는 3%, 개혁당의 패트 뷰캐넌 후보는 1%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이번 조사는 4일부터 6일까지 전국의 유권자 777명을 상대로 실시됐으며 오차 한계는 ± 4%.

로이터통신이 7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도 고어 후보는 46%, 부시 후보는 40%로 고어 후보가 우세를 보였다.

고어 후보는 지난달 14일부터 17일까지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이전만 하더라도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부시 후보에게 줄곧 큰 차로 뒤져 왔으나 전당대회를 계기로 이를 역전한 뒤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에선 1984년 이후의 모든 대선에서 노동절 직후 여론조사 결과에서 우위를 보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 때문에 요즘 실시되는 여론조사는 이제 2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의 승자를 예측하는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부시 후보는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나는 환상을 갖고 있지 않으며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그래야 한다”며 열세를 인정한 뒤 “이번 선거는 힘든 접전이 되겠지만 결국 내가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캠프의 공보 담당인 카렌 휴즈도 “부시 후보는 이번 조사를 통해 현직 부통령인 고어 후보가 강력한 상대라는 사실을 인식할 기회를 얻었다”며 “그러나 부시 후보는 ‘도전자’로 불리기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1면 기사를 통해 “공화당 내에선 최근 부시 후보의 부진에 대해 당혹과 우려, 탄식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부시 후보가 대통령후보토론위원회가 제시한 3차례 TV토론을 거절한 것이 유권자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줬고 부통령 후보인 딕 체니도 민주당의 조지프 리버맨 부통령 후보에 비해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

공화당은 이에 따라 부시 후보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민주당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는 등 보다 공세적인 유세를 펼칠 예정이다. 부시 후보는 TV토론의 세부 내용에 대해 협상할 용의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140만명의 조합원을 갖고 있는 트럭운전사 노조는 이날 고어에 대한 지지를 선언, 그에 대한 노동계의 지지를 거듭 확인했다.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