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산악회 재건, 민주주의수호 국민총궐기대회,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을 규탄하는 2000만명 서명운동 등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YS의 정치 재개 선언으로 간주한다. 그는 왜 그럴까. 목표는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될까.
▽왜?〓YS의 대변인격인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의원은 “YS는 정치를 떠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본인 스스로 정치를 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고, 주변에서도 그를 가만 놓아두지 않는다는 얘기다. 박의원은 “그동안은 단순히 말만 하는 ‘성명정치’를 해왔다면 앞으로는 직접 참여하고 사람을 움직이는 ‘활동정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뭔가 구체적인 목표나 동기가 있을 것이다. 부산의 한 의원은 명예회복을 꼽았다. YS는 ‘IMF 주범’이라는 말을 정말 듣기 싫어한다는 것. 즉 독자적인 정치 세력을 구축해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이 있고 자기 마음에 드는 후보를 지원, 차기 정부에서 자신의 업적에 대해 재평가를 받는 것이 YS의 정치 재개 목표라고 그는 설명했다. 물론 DJ에 대한 해묵은 원망과 섭섭함도 YS를 움직이는 동인(動因)중 하나로 꼽힌다.
▽한나라당과의 관계〓최근 YS는 서청원(徐淸源) 박관용(朴寬用) 김덕룡(金德龍) 강삼재(姜三載)의원 등 과거 민주계 중진들을 각각 따로 만난 자리에서 한결같이 “남북문제에서나 대여 투쟁에서나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제대로 하는 게 뭐 있느냐”고 말했다.
YS는 또 여러 사석에서 “소를 물가까지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 “이총재는 손에 엄청난 걸 쥐어 줘도 그게 뭔지 모른다”는 등 이총재를 강도 높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YS는 당분간 이총재와 일정 거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YS는 일단 이총재가 아닌 다른 대안(代案)을 찾는데 주력할 것”이라며 “설사 나중에 이총재와 다시 손을 잡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이총재를 애먹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YS는 성공할까〓YS의 정치 재개가 성공할 것인지는 부산 경남지역의 정서와 이 지역 현역의원들의 동참 여부에 달려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YS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한나라당 박관용부총재는 “YS는 박차고 뛰어오르는 것은 잘하지만 착지가 불안하다”며 결국 YS의 시도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YS의 정치 재개에 대한 국민의 염증과 비판 여론도 그가 넘어야 할 벽이다.
그러나 박종웅의원은 “지금은 아무도 우리에게 오려 하지 않을 것이나 결정적 순간엔 우르르 몰려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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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반응▼
“글쎄, 그게 잘 될까?”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정치세력화 움직임에 대한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반응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민주산악회 재건 등 YS의 움직임을 아예 무시하는 편이다. YS가 새 정치세력을 만들더라도 합류할 사람이 많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이총재는 총재 취임 2주년(8월31일) 기자회견 때도 YS의 민산 재건과 관련해 “헌법에 누구나 조직을 만들 수 있게 되어 있지 않느냐”고 말했을 뿐이다.
부산 경남지역 의원들도 대부분 “남북관계 등에 대한 YS의 주장은 공감할 만한데…”라고 하면서도 “그렇다고 이총재와 갈라서면 어려울 것”이라고 한 발 빼는 분위기다.
김동욱(金東旭·경남 통영―고성)의원은 “지역 주민들은 대체로 ‘YS의 한마디 한마디가 정곡을 찌른다’고 하면서도 ‘그렇다고 야권이 분열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한 부산지역 의원은 “YS의 목적은 자신의 명예회복에 있는 만큼 누구와도 손잡을 수 있지만, 한나라당과 다른 길을 걸으면 좀 힘들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그러나 박희태(朴熺太·경남 남해―하동)부총재는 남북관계에 대해 YS만큼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는 사람도 없어 일정 부분 여론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김용갑(金容甲·경남 밀양―창녕)의원은 9일 의원간담회에서 “YS가 남북관계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잘 간파해서 불을 때는 것 같은데, 대통령 재직 중 좌파 인사들을 중용하고 ‘외국에서 식량을 사서라도 북한을 지원하겠다’고 했던 YS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느냐”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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