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30분부터 입장한 팬들은 공연이 시작될 때까지 노란 손수건, 노란 깃발, 야광봉을 흔들면서 서태지의 이름을 연호했다. 이들은 오후 8시10분 장내의 조명이 꺼지자 귀청이 떨어질듯한 비명과 함성을 지르며 서태지의 등장을 기다렸다.
○…3집 앨범의 수록곡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교실 이데아'를 부를 때는 제복을 입은 20여명의 무용단이 무대에 등장해 그때의 공연 모습을 재현. 당시 공연에 참여했던 '크래시'의 리드보컬 안흥찬이 특별 출연해 그때와 다름없이 힘이 넘치는 목소리로 포효해 팬들을 열광시켰다.
◆ 서태지는 말이 필요 없다.
○…이번 컴백 무대에서는 특이하게도 서태지가 노래 외에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공연장에 모인 팬들은 미리 녹화된 다큐멘터리 속의 인터뷰에서 그의 육성을 들을 수 있었을 뿐, 기대했던 '태지의 인사'는 들을 수 없었다.
◆ 서태지쇼는 다국적 쇼
○…무대의 세트는 대형 장치에서 세부적인 부품, 무대 스태프까지 모두 일본에서 공수했다. 마지막 노래 '울트라맨이야' 때 등장했던 스케이트 보더 3명은 미국에서 초청하는 등 제작진이 다국적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브레크 댄서 4명을 포함한 무용단은 모두 한국인으로 구성.
○…이날 공연장에 모인 팬들 중에는 일본인 팬들도 눈에 띄었다. 한 일본인 여성 팬은"서태지 축 복귀"라고 쓴 종이를 흔들며 한국 팬들과 함께 그의 노래들을 따라해 눈길을 끌었다.
◆ 서태지 매니아들은 노숙자?
○…이번 공연에는 많은 팬들이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일찌감치 공연장 앞에서 밤을 새우는 열성을 과시. 입장을 기다리는 줄의 맨 앞에 있는 사람들은 지난 3일 오전 8시부터 자리를 잡아 무려 일주일 동안 공연장 앞에서 잠을 자며 기다렸다고. 컴퓨터 통신 '태지네 중독파'의 열성 회원이라는 여대생 10명을 비롯해 약 110명이 일주일을 기다리며 밤을 지새웠다고.
◆ 서태지쇼는 MBC쇼?
○…컴백 무대를 주관한 MBC는 당초 언론에 공개하기로 약속했던 낮의 리허설을 1시간 이상 지연시켜 빈축을 샀다. 당초 오후 3시부터 타이틀곡 '울트라맨이야'의 리허설 장면을 촬영하도록 했고, 사진기자를 제외한 취재기자들에게는 리허설 전과정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200명의 보도진이 모여있는 가운데 오후 4시10분이 될 때까지 아무도 무대에 나타나지 않았고, '울트라맨이야'의 노래가 끝난 이후에는 당초 약속과는 달리 모든 보도진에게 퇴장할 것을 요구했다. 본 공연 역시 MBC가 저작권이 있음을 내세워 일체의 촬영을 허가하지 않았다.
◆ 내부보다 뜨거웠던 바깥
○…공연장 밖은 내부의 청중보다 갑절이나 많은 1만여명의 팬들로 북적거렸다. 야외 멀티큐브 앞에서 모여든 이들은 공연 1시간 전부터 "서태지" 이름을 연호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팬들이 모이자 주최측은 안전사고를 우려해 본공연이 시작한 후에도 약 10분 동안 대형 조명을 켜놓았다.
이 때문에 생중계 화면을 보기 불편해진 팬들이 조명을 꺼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 태지팬들, 질서의식도 으뜸!
○…공연장 밖의 멀티 큐브 앞에서는 안전사고에 대비해 경찰들이 2중으로 청중들을 둘러쌌다. 녹화가 끝날 때까지 팬들이 질서를 유지한 데다 공연이 끝난 뒤 휴지까지 말끔히 청소하자 경찰과 구경 나온 시민들은 "서태지 팬들은 역시 뭔가 다르다"는 칭찬을 건네기도 했다.
황태훈 유희정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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