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과 뜨겁게 교감하며 멋진 무대를 연출한 '서태지 컴백 스페셜'은 주관사 MBC가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바람에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사실 4년7개월만에 이루어진 이번 서태지의 컴백 무대는 정확한 의미에서 라이브 공연은 아니었다. 이날 무대는 당초 일반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3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를 포함해 약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됐다. 서태지는 새 앨범 타이틀곡 '울트라맨이야'를 포함해 단지 7곡의 노래만을 불렀을 뿐이다.
컴백 공연이 이처럼 '단촐하게' 치러진 것은 라이브 공연이 아니라 MBC의 추석 특집 방송 프로그램으로 녹화됐기 때문. 이번 공연에 2억7000만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진 MBC는 주관사란 지위를 활용해 공연장에 모인 팬을 위하기보다는 프로그램 녹화에 편리한 방식으로 공연을 진행했다.
게다가 무대세트 이동을 위해 공연을 중단하는가 하면 오프닝 때는 장내의 청중들에게 자신들의 연출 콘티에 맞춰 행동할 것을 강요하는 등 정규 라이브 무대에서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해프닝까지 연출했다.
MBC는 또 자사 카메라를 제외하고는 일체 본 공연을 촬영하지 못하도록 제지하면서 리허설만 7분 정도 촬영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서태지 컴백 무대와 관련한 언론의 사진이나 영상은 모두 본공연이 아닌 연습장면이었다.
초상권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마이클 잭슨의 내한 공연이나 MBC가 주관했던 파바로티의 평화 콘서트 당시 촬영할 곡목수와 시간을 제한해 본공연을 취재하도록 했던 것과 비교하면 지나칠 정도로 까다로웠던 것이다.
이렇게 MBC가 철저하게 배타적 권리를 확보하며 진행한 컴백 무대는 12일 오후 6시30분에 방송과 재방송을 포함, 2번 방송된다. 러닝타임은 50분짜리 특집 다큐멘터리를 합쳐 90분이니 공연 장면은 40분에 불과한 것이다. 공연 장면은 나중에 따로 뮤직비디오로 만들어져 3만원(잠정가격)에 판매될 예정이다.
결국 화끈한 컴백 무대를 기대하며 공연장 앞에서 밤을 새운 많은 팬들은 방송사의 프로그램 제작과 수익사업을 위해 살아있는 무대장치로 동원된 꼴이 됐다.
김재범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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