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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컴백쇼 리뷰]'평범한 공연, 빛난 음악'

입력 | 2000-09-10 01:27:00


서태지 컴백쇼의 뚜껑이 열렸다.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9일 열린 '특별기획 서태지 컴백 스페셜'의 시작은 좀 밋밋했고, 끝은 좀 허무했다. 그렇다면 '몸통'은?

이미 알려진 대로 서태지 컴백쇼는 현장 콘서트가 아닌 방송을 위한 사전녹화 형식이었다. 방송 프로그램용으로는 적당한 '길이'의 공연일지 몰라도 기대와 호기심에 가득 찬 수많은 팬, 관계자들에겐 '적당치 않은' 길이와 구성인 것이다.

1시간 20분 동안 총 7곡이 연주된 이번 무대에서 공연시간이나 곡 수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닐런지 모른다. 초점은 4년 7개월 여만에 뮤지션 서태지를 무대에서 '맞대면'했다는 것이니까.

하드코어 밴드의 '프론트 맨', 록커로서 '완벽하게' 재탄생한 서태지. 이날 공연의 가장 큰 수확은, '솔로 2집의 전초전'이었던 솔로 1집의 '테이크 원'과 '테이크 투를 비롯해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 '내추럴 본 록커'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던 '교실 이데아', 그리고 솔로 2집 신곡 '오렌지' '탱크' '인터넷 전쟁' '울트라맨이야' 등을 서태지의 생생한 라이브 보컬 & 랩핑과 밴드의 연주로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서태지의 솔로 1집과 2집에 담긴 정통 메탈과 하드 코어 등은 원초적으로 밴드 음악이다. 그런데 밴드가 모여야 가능할 음악을 서태지는 은둔의 세월 속에서 혼자 거의 모든 것을 다 해냈다. 작사, 작곡, 편곡, 보컬, 랩핑, 연주, 샘플링, 엔지니어링에 이르기까지. 엔지니어링과 스크래치만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 받았을 뿐이다.

서태지가 직접 베이스를 연주할 것이라는 예상(현실성이 없는 것이긴 했다)은 역시 빗나갔다. 이미 한 달 전 미국으로 건너가 손발을 맞춘 기타리스트 안성훈, 최창록과는 달리 인디 밴드 '코어 매거진' 출신의 베이시스트(그룹 내 포지션은 기타리스트다)는 서태지가 한국에 돌아온 후 합류했다고 한다.

하드코어 그룹의 보컬로 '변신'한 서태지의 무대 위 카리스마와 장악력은 여전히 대단했다. 이미 홍종호 감독이 TV 인터뷰를 통해 "서태지의 액션이 대단하다"는 멘트를 한 적이 있는데 그의 표현대로 '액션'은 정말 놀라왔다. 그의 '액션'은 단순한 헤드 뱅잉 차원을 넘어 안무 수준이었다. 예정된 '안무'와 즉흥 액션을 적절히 혼합하여 구사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곡 '울트라맨이야'를 부를 때였다. 서태지와 다른 멤버들의 액션은 가히 잘 짜여진 군무에 가까웠다. 하드 코어 그룹의 무대 매너로는 상당히 독특한 것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레이지 어겐스트 머신' '콘' '림프 비즈킷' 등이나 국내 하드코어 그룹의 무대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액션이었다.

이렇듯 무대에서 보컬과 그룹 멤버들이 어느 정도 미리 짜여진 안무와 동작을 보여주는 특이한 연출은 영국 출신의 '슬림 너트'나 일본의 하드 코어 그룹들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레이지 어겐스트 머신' '콘' '림프 비스킷' 등의 무대는 원초적 에너지, 자연스러움이 가장 큰 매력이다. 그런데, 서태지는 하드코어 자체의 원초적 에너지와 일정 정도 짜여진 동작들이 묘하게도 잘 조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어쩌면 그것은 정통 록커로 출발했으되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표면상' 댄스그룹을 거친 서태지이기에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족이 될 지 모르지만, 92~96년까지의 모습과는 다른 행동양식을 보여주는 서태지의 모습을 보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이다. 전에 없이 '라임'을 신경 쓴 가사라든지(이전 가사는 특별히 라임에 신경을 쓰지 않았음에도 묘하게 입에 딱 딱 붙긴 했다) 'ㄱ나니'와 같은 재기 넘치는 제목, 무대에서의 파격 액션 등등...

김윤미(음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