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북녀가 아니라 남녀북남이지요.”
남측 김봉섭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의 한마디에 좌중은 폭소를 터뜨렸다.
11일 시드니올림픽 선수촌에서 열린 개회식 남북동시입장 실무협상. 시종 화기애애하게 진행된 협상이었지만 기수 선정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물론 남북에서 한 명씩 공동으로 기수를 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키 2m의 ‘롱다리’인 남측 김세진(남자배구)과 어깨를 나란히 할 북측 기수를 찾을 수가 없었다. 농구나 배구팀이 참가하지 않은 북측 선수단은 1m80이 넘는 선수가 한 명도 없었던 것.
이때 나온 깜짝 아이디어가 바로 ‘남녀북남’. 남측은 여자 기수로 농구의 정은순(1m85·삼성생명)을 낼 테니 북측에선 가장 키가 큰 남자 기수를 찾아보라는 것.
이에 북측에선 가장 키가 큰 박정철 유도 감독이 자연스럽게 남자 기수로 선정됐다. 박감독은 북한 유도가 배출한 최고 스타. 87년 세계선수권대회 81㎏급에서 북한 유도사상 첫 세계대회 메달인 은메달을 획득했다. 현재는 평양체육대 교수.
그러나 출국 전 ‘가문의 영광’을 되뇌며 가슴 뿌듯해 하던 김세진은 날벼락(?)을 맞은 경우.
체육회 관계자들은 ‘남북동시입장 때를 빼놓곤 김세진이 여전히 한국선수단의 공식 기수’라고 달래보지만 소속팀 삼성화재의 신치용감독은 “그때말고 깃발 들 일이 어디 있어요”라며 볼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