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한통으로 건네는 십시일반의 사랑 . 기부 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한 한국사회에서 최근 자동응답전화(ARS)를 통한 모금이 가장 일반적인 기부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1000원,2000원을 보내주는 이런 기부의 주인공들은 부자가 아닌 보통 시민이다. 특히 ARS를 통한 모금은 한국에서는 있는 독특한 기부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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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ARS를 통한 모금은 몇가지 한계와 문제점도 안고 있다. 우선 이러한 모금방식은 일회적 반짝기부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
참여연대가 이번 캠페인을 위해 행자부와 한국통신 등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불우이웃돕기 모금의 경우 TV방송에 나갔던 2000년 2월에는 1억5000만원이 넘게 모금됐으나 방송이 끝난 2000년7월에는 불과 980만원이 걷혔다. 참여연대 하승수(河昇秀) 변호사는 관건은 방송을 통한 지속적인 홍보였다 고 소개한다.
ARS를 이용한 모금에 가장 성공한 경우는 한국복지재단 사랑의 리퀘스트 . 97년 10월24일 방송 시작 이래 지속적인 호응을 얻어왔다. 올 8월 평균 모금액은 1억2000만원. 이 재단 최현영(崔賢永·30)대리는 대사 한마디를 더 가슴 아프게 만들 수 있느냐에 따라 모금액은 50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고 말한다.
모금에 눈물 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화여대 강철희 교수(姜哲熙·사회복지학)는 이런 식 기부도 모금의 저변확대를 위해 필요하다 고 말한다. 눈물짜기식 모금이 호응을 받는 이유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 국가가 추스르지 못하는 소외계층이 남아있기 때문이며 연간 5조원 규모를 모금하는 미국의 유나이티드 웨이도 초창기에는 이런 단계를 거쳤다는 것.
ARS 모금은 까다로운 기부금품모집규제법 때문에 대부분의 단체에 닫힌 제도이기도 하다. 현재 기부금 형태로 모금 허가를 받은 곳은 7군데에 불과하고 그밖의 단체들은 후원금 형태로 모금을 한다. 모금실적이 월 100만원을 넘는 경우는 극히 예외적. 한국통신은 전화요금 외에 모금한 후원금의 10~20%정도를 회수대행 수수료로 받는다.
기부를 사회적 압력 정도로 인식하는 관행도 문제다. 언론사에 답지하는 재해의연금 등에는 본래 목적 보다는 얼굴내기 식 기부가 적지 않다. 이런 현상은 기업에서 더욱 심하다. 한국조세연구원 손원익(孫元翼) 박사는 기업에서는 기부를 준조세로 생각하거나 압력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고 지적한다.
더 큰 문제는 모금기관의 성금집행과정에 대한 불신. 실제로 지난해 국감에서는 일부 단체에서 모금액을 관련인사의 생활비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정기적으로 모금 내역의 용처를 공개하는 곳은 손꼽을 정도. 지난 3월 실시한 시민운동지원기금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6.3%가 기부문화의 개선방향으로 투명성 확보를 꼽았다.
기부하려 해도 어디에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고 세제혜택이 미흡한 점도 기부문화를 저해하는 요인 이라고 지적하는 순천향대 황창순 교수(黃昌淳·사회복지학)는 결국 기부문화는 사회전체의 투명성과 맞닿아 있다 고 말한다.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