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원정을 나가는 한국 운동선수들의 짐 꾸러미 안에 빠지지 않는 게 있었다. 바로 김치다. 매운 것을 먹어야 힘이라도 나올까 해서 꼭 챙겼다.
하지만 시드니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대표팀 가방에는 김치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신세대 스타들의 입맛이 달라졌거나 호주의 음식물 통관이 까다롭기 때문은 아니다.
선수촌 식당에서 한국업체가 납품한 김치를 제공하기 때문. 선수촌뿐만 아니라 메인 프레스센터(MPC)나 시드니 시내 식당에서도 쉽게 김치를 찾을 수 있다.
어엿한 지구촌 음식으로 자리잡은 김치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는 것.
선수촌과 MPC 식당에 공급되는 김치는 모두 4000㎏으로 대회 기간 하루 평균 3000명이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한국 선수단의 한 임원은 “선수촌 식당 냉장고에 김치를 놔두기 무섭게 사라질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양권 선수 임원은 물론 서구인들도 즐겨 먹고 있다는 것. 음식 올림픽이 있다면 김치를 앞세운 동양 음식과 햄버거가 금메달을 다툴 것이라는 게 선수촌 요리사의 반응. MPC식당에서도 4호주달러(약 2500원)하는 김치가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
‘김치 없이 못살아’라는 노랫말이 전 세계인에게 적용될 날도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