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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름 깊어가는 민주당]"멀어져 가는 민심 어찌하나"

입력 | 2000-09-14 18:53:00


14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분위기가 시종 무거웠다. 두 시간 넘게 이어진 토론에서는 주로 추석연휴 귀성활동 과정에서 체감한 민심의 흐름이 주된 이슈였다. 특히 의약분업사태와 한빛은행 불법대출의혹, 여야 강경대치 상황 등과 관련한 자탄(自嘆)이 많았다.

의약분업사태에 대해서는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회의를 마치고 나온 박상천(朴相千)최고위원은 “고향에서 어떤 얘기가 가장 많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의약분업에 대한 불만이 많더라”고 말했다.

정대철(鄭大哲)최고위원은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 열댓명에게 의약분업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더니 80%가 ‘옛날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며 “문제는 문제”라고 한숨을 쉬었다.

다른 사안과 달리 의약분업은 국민이 불편을 직접 피부로 느끼고 있어 문제라는 게 최고위원들의 지적이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도 뾰족한 방안이 나오지는 못했다. “국민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만큼 해당부처 관계자와 논의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이해찬(李海瓚)정책위의장의 원론적 보고가 전부였다.

한빛은행사건과 관련해서는 참석자들 사이에 다소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영남 출신인 김중권(金重權)최고위원이 “지금 민심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며 “한빛은행사건에 대해서는 ‘특별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별히’라는 말에 권노갑(權魯甲)최고위원이 “그럼 특별검사제를 받자는 얘기냐”고 바로 말을 받자, 김최고위원은 “특별검사제를 받자는 얘기는 아니다”고 한 발 후퇴했다. 그러나 이 때문에 ‘최고위원 중 한 사람이 특별검사제를 주장했다더라’는 식의 소문이 당 주변에 나돌았고, 고위 당직자들은 “그런 얘기가 아니었다”고 진화하느라 진땀을 뺐다.

최고위원들이 자리를 뜬 뒤 권위원은 이날 오후 청와대 당무보고가 예정돼 있는 서영훈(徐英勳)대표와 40여분간 밀담을 나눠 눈길을 모았다. 서대표의 청와대 보고내용에 대한 사전조율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청와대 당무보고도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서대표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심상치 않은 민심의 흐름에 대해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의 반응은 즉각 알려지진 않았으나 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한빛은행사건과 관련, “(박지원·朴智元 문화관광부장관이) 잘못이 있으면 문책을 해야 하지만 잘못이 없다면 문제삼을 수 없다는 게 김대통령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