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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현장21]고흥산씨 해두호와 함께 목포로 피항

입력 | 2000-09-14 19:07:00


지난 8월 31일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를 급습한 태풍 속에서 3톤급 '해두호'를 타고 6시간여의 사투 끝에 배와 함께 무사히 돌아왔던 고흥산(63)씨는 11일 오후 북상 중인 태풍 '사오마이'를 피해 해두호를 타고 목포로 피항했다.

고씨는 지난 태풍 때 크게 다친 부인 임복진(63)씨가 입원해 있는 목포 한국병원에서 부인을 간호하며 추석연휴를 보냈다.

고씨 또한 해두호를 타고 태풍과 싸울 때 어금니를 너무 꽉 다물어 이빨이 많이 상했다.

잇몸 염증과 치아 전체가 흔들리는 증상으로 치과 치료를 받고 있다.

프라피룬이 물러간 뒤 바로 치료를 받았어야 했는데 당시 태풍피해 복구에 정신이 없어 이가 아픈 것도 몰랐다고 한다.

어느 정도 수습이 되고 나자 그제서야 이가 아프기 시작했다.현재 고씨는 제대로 대화를 나누기 어려울 정도로 고생을 하고 있다.

"그때야 아무런 대책이 없고 다급하니까 바다로 배를 끌고 나갈 수 밖에 없었지 그런데 지금이야 여유가 있는데 당연히 피해야지…"

고씨는 추석연휴 직전부터 동아닷컴에 실린 기사에서 많은 독자들이 자신을 격려하며 사오마이 때는 미리 배와 함께 피하라는 충고를 받아 들였다고 한다.

또 자신 때문에 크게 다친 부인을 간병해야하고 몸도 워낙 지쳐 일찌감치 피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방파제가 망가진 상황에서 가거도는 더이상 태풍을 피할 수 있는 곳도 아니다.

해두호 뿐만아니라 수리 중이던 어선 10여척은 화물선이나 예인선을 통해 목포 등지의 조선소로 옮겨졌으며, 어느 정도 수리가 돼 운항이 가능한 5척의 어선은 흑산도항으로 대피했다.

또한 13일 인근에서 조업중이던 안강망 어선 1척이 태풍을 피해 가거도항으로 들어오자, 목포경찰서 가거파출소는 이 배를 흑산도항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14일 오후 현재 강한 비바람이 몰아 치고 있는 가거도는 일부지역에서 전기가 두절된 상태이며, 중계시설의 복구가 완전하지 않아 통신이 두절 가능성 또한 높다.

임진욱(가거도 청년회장)씨는 "이제는 배가 문제가 아니라 파도가 무너진 방파제 쪽으로 들이닥칠 경우 섬 전체가 쑥밭이 될 것"이라고 최악의 상황까지 염려했다.

한편 가거도의 추석은 쓸쓸하기만 했다.

10일을 마지막으로 화물선과 여객선의 운항이 모두 중단돼, 귀향객 30여명과 함께 고립됐다.

방앗간도 없는 가거도 주민들의 이번 차례상에는 집집마다 밥 한그릇과 생선 몇 마리, 과일 몇 개가 전부였다.

가거도 주민들은 평소 추석이면 차례 때 쓰고 외지에 나간 자녀와 친지들에게 보내기 위해 한집에 20kg정도의 생선을 준비했다.생선만큼은 풍성했다.

그러나 올해는 고기라고는 고씨가 해두호를 타고 나가 잡아온 것 뿐이었다.

최건일/동아닷컴 기자 gaegoo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