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 2000시드니올림픽에서 5회 연속 톱10에 도전하는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은 그 값어치를 매길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
96애틀랜타올림픽에서 레슬링의 심권호가 개막 후 이틀만에 첫 메달을 금메달로 장식해 선수단의 사기를 올렸듯 시드니에선 과연 누가 메달의 물꼬를 틀까.
한국은 본격적으로 메달 경쟁에 들어가는 첫날인 16일 사격의 강초현 최대영(여자 10m 공기소총)과 유도의 정부경(남자 60㎏급 이하) 박성자(여자 48㎏), 역도의 황규동(56㎏), 펜싱의 이상기 이상엽 양뢰성(남자 에페 개인)이 하루만에 예선과 결승을 모두 치르며 메달 사냥에 나선다.
이중 메달을 기대해도 좋을 종목은 사격과 펜싱. 공교롭게도 두 종목은 모두 한 치의 오차도 허용않는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종목이다. 새 천년 한국 사격계 최고의 ‘신데렐라’로 꼽히는 고교생 강초현(유성여고)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특별 제작된 사격복을 공수해 오는 등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
사격복의 경우 두꺼울수록 정지 동작때 힘을 보탤 수 있어 기록에 도움을 주기 때문. 국제사격연맹은 사격복 두께를 한면 2.5㎜ 이하로 제한하고 있지만 올림픽조직위로부터 착용 허가를 받아냈다.
기술적인 부분의 보완도 이미 끝냈다. 김일환 여자 소총코치는 강초현과 동갑내기 라이벌 최대영에게 총이 뺨에 한번에 붙어야 하는데 자꾸 문지름으로써 힘의 전달에 영향을 미쳐 결국 방아쇠를 당기는데까지 파급되는 문제점을 지적, 교정에 심혈을 기울였다. 또 총을 어깨 안으로 견착시켜야 하는데 밖으로 흘러 이를 보완토록 주지시키고 있다. 늘 텅빈 체육관에서 묵묵히 자신과의 싸움을 펼쳐온 펜싱의 이상기 이상엽 양뢰성은 15일 결정된 대진운이 좋아 함박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김헌수감독과 이일희코치는 “대진운과 당일 컨디션이 승부를 크게 좌우하는 게 펜싱의 특성”이라면서 “우리 선수의 대진표를 분석해 본 결과 이상기의 메달권 진입을 노려볼 만하다. 세 명 모두 8강은 무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선수단 주장을 맡은 최고참 이상기(34)는 올해 상반기 스웨덴과 프랑스 A급 국제대회를 휩쓰는 등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밖에 유도와 역도에서도 의외의 메달이 나올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게 한국선수단의 자체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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