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자연송이가 아니면 어떠랴. 졸깃 씹히는 맛, 쌉싸래하면서도 달큼한 향의 버섯이 한창 제 맛이 드는 때다.
양송이 표고 팽이 등 늘 시장에 나와 있는 버섯이지만 여름엔 날이 더워 빨리 자라기 때문에 아무래도 씹히는 맛이 떨어지기 마련. 날이 선선해지면서 나오는 버섯이 육질도 단단하고 향도 좋다.
◇집에서 해먹기
맑고 깨끗한 공기와 이슬, 소나무 정기를 먹고 자라 버섯 중 으뜸으로 꼽히는 송이버섯은 추석 전 바짝 값이 올랐다가 추석 쇠고 나면 좀 떨어진다. 현대백화점에서 추석 전 ㎏당 50만∼65만원(북한산은 28만∼35만원)이나 되던 자연송이도 명절 후엔 30만원대(북한산 20만원대)에 살 수 있다.
귀한 버섯이니 만치 손질에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요리연구가 최경숙씨는 “표면의 검은 막을 하얗게 벗겨내면 향이 없어지고 물기가 스며들어 맛이 떨어지므로 반드시 그대로 요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둥 끝에 흙 묻은 부분만 칼로 살살 긁어내고 흐르는 수돗물에 부드러운 면수건이나 종이타월로 남아있는 흙이나 먼지만 조심스레 털어내도록 한다.
송이소면은 적은 양으로 온 식구가 잔치를 벌일 수 있어 좋다. 자연송이가 아니어도 송이맛과 비슷한 새송이나 ‘고로’(작은 송이)를 사다 만들면 그럴 듯하다. 다음은 최씨가 들려주는 송이소면 만드는 법.
①송이는 길이로 얇게 저며 소면같이 채 썬 다음 ②뚜껑 있는 그릇에 송이와 솔잎을 담고 소금 살짝 뿌려 10분간 둔다 ③냄비에 물 2컵반, 맑은 장국과 청주 각각 1큰술을 넣고 끓으면 후춧가루 약간 물녹말(전분 1큰술 물 4큰술)을 넣고 다시 끓인다 ④②의 그릇에 ③의 국물을 부어 상에 낸다.
궁중음식연구가 한복려씨는 갖은 버섯을 넣어 온 식구가 푸짐하게 끓여먹을 수 있는 버섯전골을 추천했다.
①표고 목이 느타리 양송이버섯은 손질해 길쭉하게 준비하고 ②양파 실파 홍고추 쇠고기도 채 썬다 ③간장 2큰술, 설탕 1큰술, 다진 파 마늘 깨소금 참기름 후추 약간으로 양념장을 만들어 버섯과 쇠고기를 양념한 뒤 ④전골냄비에 재료를 돌려 담고 육수 4컵을 넣어 끓인다.
국내산보다 북한산 송이는 국내산보다 육질이 더 단단하다. 그냥 구워먹으면 질겨지므로 청주 참기름을 조금씩 넣은 물에다 2∼3분간 담갔다가 구워야 제 맛이 난다.
특급호텔들은 이맘때 일제히 송이 축제를 마련하고 있다.
◇밖에서 사먹기
신라호텔 한식당 ‘서라벌’은 소금구이 산적 전골 등 송이 특유의 맛과 향을 그대로 살린 요리를 선보인다. 송이소금구이는 솔잎을 밑에 깔고 소금을 슬쩍 뿌려 쿠킹호일에 싸 굽는 요리인데 눈썰미가 있으면 집에서 그대로 따라 해먹을 수 있을 듯. 02―2230―3412
힐튼호텔은 중식당 ‘타이판’과 일식당 ‘겐지’에서 산지직송 송이로 구이 튀김 솥밥 전골을 선보인다.
19∼30일 호텔 로비에서는 힐튼호텔과 자매결연을 한 경북 봉화군에서 매일 직송되는 송이를 시중보다 20% 정도 저렴한 ㎏당 20만원대에 판다. 02―317―3042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은 일식당 ‘마쯔’에서 송이냄비우동 정식을 3만5000원에, 송이덮밥정식을 4만원에 판매한다. 한식당 ‘다사랑’의 송이와 쇠갈비구이는 4만원, 송이 돌솥밥정식은 3만5000원. 02―531―6479
버섯으로 이름난 음식점으로는 15년 역사를 자랑하는 ‘등촌 칼국수 버섯매운탕’(서울 강서구 등촌동)을 빼놓을 수 없다. 느타리 양송이 표고버섯과 야채를 넣고 얼큰하게 끓여 칼국수를 먹은 뒤 남은 국물에 밥과 계란 파 김을 넣어 볶아먹는 곳이다. 요즘처럼 날씨가 ‘꿀꿀한’ 날에는 칼칼한 국물 맛에 속이 다 시원해진다. 5000원. 02―3661―2744
영등포구 여의도의 홍우빌딩 ‘가양 칼국수 버섯매운탕’도 부근 직장인들 사이에 유명하다. 버섯과 야채를 푸짐하게 넣고 끓여 버섯을 건져먹고 나면 쫄깃한 손칼국수를 삶아주고 남은 국물에 밥도 볶아 먹는다. 5000원. 02―784―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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