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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맛집]서울 우면동 '우리밀 칼국수'

입력 | 2000-09-15 18:34:00


추석의 민족대이동이 끝나고 이제 모두 가정과 직장으로 돌아갔다. 고향에 즐거운 마음으로 다녀온 사람이 많겠지만 농촌의 현실에 가슴 아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맛있는 것을 멋있게 먹는 것도 중요하나 우리가 살아가는 데서 가장 중요한 먹을거리의 문제들이 너무나 쉽게 잊혀지는 것 같다.

1991년 우루과이라운드의 농업부문 시장개방이 우리의 농촌을 금방 다 없앨 듯 몰아닥쳤을 때, 농약투성이 수입밀을 ‘우리밀’로 바꾸자는 우리밀 살리기 운동이 시작됐다. 그러나 수입밀에 길든 우리 입맛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는지 많은 음식점이 문을 닫았다.

서울 서초구 우면동의 ‘우리밀 칼국수’는 새로운 조리법으로 맛은 물론 씹히는 감촉까지 좋게 만들어 ‘우리맛의 승리’를 거둔 집이다.

보통 국수에 쓰이는 강력분은 곱게 갈고 화학처리를 해서 반죽이 쉽게 된다. 반면 우리밀로 만든 밀가루는 아무 처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반죽이 잘 안된다.

이 집에선 우리밀 가루에 부추를 아주 잘게 채 썰어 넣고, 곱게 간 멸치가루를 섞어서 힘들여 반죽해 국수가 쫄깃하다.

국물은 속초의 다시마와 강원도 덕장에서 말린 황태, 내장을 발라낸 여수의 멸치를 중불에 40분간 은근히 끓여 낸다. 여기에 대파뿌리와 양파 무 그리고 청양고추를 넣고 마지막에 부추를 데쳐질 정도로만 살짝 넣었다가 빼서 향이 나게 만든다.

이렇게 준비된 국물과 마른새우 조개 북어 감자 부추 대파 파 느타리버섯 아욱을 넣고, 손님마다 따로 끓여 내놓는다. 누가 맛봐도 “이것이 우리의 맛이구나” 하는 느낌이 온다. 4000원.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조리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점심시간에도 반드시 예약을 하는 게 좋다.

지하철 양재역에서 마을버스(05번, 06번, 414번)가 다닌다. 주차 대행. 02―574―1421

김재찬(치과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