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회식 남북 동시 입장 협상이 연일 계속되던 12일 저녁. 시드니올림픽 본부호텔인 리젠트호텔에서 만난 김운용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피곤한 모습이었지만 입가엔 미소가 넘쳐흘렀다.
현지 신문과 외신에 대문짝만하게 난 기사들을 보여주며 또박또박하면서도 활기차게 남북 동시 입장의 성사 과정을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기자가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장이 며칠전 남북 동시 입장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는 기사가 국내 대부분의 언론에 나갔다고 전해주자 그는 대뜸 화부터 버럭 냈다.
“서울에선 왜들 그럽니까. 남북이 만나자는데 뭘 그리 삐딱하게 보는지 모르겠어요.”
또 하나. 한국선수단은 15일 역사적인 올림픽 남북 동시 입장의 순간까지 180명의 구성 비율에 대해 ‘묵비권’을 고집했다. 왜 TV 수상기에 잡히는 개회식 화면만 봐도 곧바로 알 수 있는 것을 굳이 감추려 할까. 물론 선수 31명, 임원 30명 등 모두 61명에 불과한 북한선수단이 90명을 못 채웠다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생길 부작용을 예방하자는 뜻에서 비롯된 것일 게다.
그러나 이날 오전에 이미 서울에선 남측 104명, 북측 76명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선수단에서도 할 수 없이 보도를 안한다는 약속까지 받고 확인을 해줬다.
머나먼 이국 땅에까지 와서 남과 북은 비로소 하나가 됐다. 그러나 우리끼리는 오히려 더 멀어지지 않았나 하는 느낌은 기자의 지나친 노파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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