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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사격]강초현, 입문 5년만에 태극마크

입력 | 2000-09-16 18:37:00


여고 졸업반 강초현은 수업에 들어가면 칠판 글씨가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정상 시력이 좌우 1.0을 밑돌아 안경을 써야할 형편이다. 사격 여자공기소총의 만점 표적지 지름은 깨알보다 훨씬 작은 0.5㎜에 불과하다. 키 1m57에 몸무게 45㎏의 체구인 강초현에게 길이 1m20, 무게 5㎏의 소총은 유난히 길고 무거워 보인다.

앳된 얼굴에다 해맑은 미소의 강초현은 사격선수라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사선에 오르면 만점을 척척 쏘아댄다.

일단 적응력이 높고 기술체득속도가 빠르다. 그러나 그가 세계 정상권으로 오를 수 있었던 데는 끊임없는 노력이 원동력이었다. 강초현이 정조준에서 격발까지 걸리는 시간은 12∼14초. 다른 선수보다 2, 3초가 느리다. 따라서 지구력이 떨어지면 좋은 기록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체력과 근력을 기르기 위해 매일 40분 동안 5000회 이상의 줄넘기를 했다. 또 밤마다 숙소에서 300번 이상의 윗몸일으키기로 복근을 키웠다.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한 개인 훈련은 태릉선수촌에서도 시드니에 가서도 거르는 날이 없었다.

유성여중 1년 때인 95년 처음 총을 잡은 강초현. 한번 마음먹은 일은 해내고야 마는 끈질긴 성격을 지닌 그는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두 다리를 잃은 아버지는 오랜 투병 끝에 지난해 7월 세상을 떠났다. 대전 유성의 홀어머니도 몸이 불편해 마음 편하게 운동에만 전념할 수 없는 처지. 온갖 역경을 이겨내며 올 5월 처음 태극마크를 단 강초현은 마침내 올림픽에서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거는 감격을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