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첫 금메달 기대를 모았던 사격 여자 공기소총 결승.
마지막 한 발을 남겨 두고 존슨과 강초현의 점수는 똑같이 487.8점. 입술이 바싹 타고 애간장이 다 녹는 순간이었다.
존슨이 먼저 방아쇠를 당겼다. 9.9점. 휴…. 한국 응원단에서 나직한 안도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존슨은 어이없는 듯 망연자실. 강초현이 최소 10점만 쏴도 금메달은 강초현의 것이었다. 이미 강초현은 결선 9발 중 두 번을 빼고 모두 10점 이상을 받았다. 정조준에서 격발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10∼14초. 가늠자를 노려보며 호흡을 고르던 강초현이 조준 도중 소총을 내려놓았다. 숨을 깊이 내쉬었다. 스탠드를 가득 메운 관객 사이엔 정적이 흘렀다. 사격 제한 시간 75초까진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이윽고 다시 총을 든 강초현이 방아쇠를 당겼다. 9.7점. 허탈해 하던 존슨의 얼굴이 갑자기 환해졌다. 강초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 먼 하늘을 멍하니 바라봤다.
강초현은 5발 째에서 존슨에게 0.1점차의 추격을 허용했지만 다시 7발 째에서 10.3점을 기록하며 존슨과의 격차를 0.2점차로 다시 벌렸다.
이어 8번째 격발. 강초현의 호흡이 흔들리면서 탄두는 9.7점을 맞혔고 두 번 째 위기를 맞았다. 뒤쪽에 앉아있던 김일환감독이 괜찮다는 손짓을 보내며 강초현을 안심시켰다. 존슨도 9.7점을 기록하는 데 그쳐 점수차는 여전히 0.2점.
그러나 9발째. 강초현은 10.5점으로 잘 쏘고도 10.7점을 쏜 존슨에게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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