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초현이 은메달을 확정짓고 시상대에 오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0분 남짓. 그 사이에 한국 코칭스태프는 사색이 돼 있었다.
강초현의 유니폼 상의 오른쪽 가슴 부분에 새겨진 영문으로 된 스폰서사의 상표가 문제가 된 것. 국제올림픽위원회(IOC)헌장 61조 4항에는 시상식 복장의 상표 크기가 12㎠를 넘지 못하게 돼 있다(신발 모자는 6㎠). 그러나 이 마크는 7㎝×2.5㎝〓17.5㎠로 규정 위반이었던 것. 테이프로 무조건 가리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만약 이 규정을 어기면 61조 6항의 ‘선수 자격 박탈 및 참가자격 철회 원인이 된다’는 규정을 적용받게 된다. 한마디로 최악의 경우 강초현의 은메달이 박탈될 수도 있다는 뜻.
이때 김병채코치가 묘안을 제시했다. 영문 ‘SPORTS’와 아랫부분 ‘SINCE 1973’만 가리고 ‘KOLON’은 그대로 두자는 것. 조직위는 이를 허용했으나 한국 통역의 입에서 ‘스폰서’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다시 표정이 바뀌었다. 일반 의류 마크이면 상관 없지만 스폰서 마크는 원칙적으로 달 수 없다는 것.
김코치가 옥신각신하는 사이에 강초현은 시간이 임박해 일부만 가린 채 시상대에 올랐다. 결국 친한파 미국인 국제사격연맹 임원의 도움으로 사건은 마무리됐지만 이런 기본적인 사항조차 미리 확인하지 못한 대한체육회는 책임을 면할 길이 없게 됐다.
앞으로 시상대에 오르는 한국선수들이 하나같이 유니폼에 테이프를 붙이고 나오는 우스운 광경을 연출하게 될 것이기 때문. 대한체육회는 이미 이와 똑같은 유니폼을 전 선수에게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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