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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칼럼]박창기/'인터넷 금융시대'가 열린다

입력 | 2000-09-17 18:37:00


30대 가정주부 나도해씨. 아침에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고 인터넷에 접속한다. 안내 메시지가 차례로 뜬다. 일주일 전에 산 S전자 주식이 하락 추세로 바뀌었으니 매도하는 것이 좋겠다는 메시지를 보고 매도 주문을 낸다.

그 다음으론 남편의 자동차보험 만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는 알림과 함께 “보험료가 가장 낮은 보험사는 C보험사의 상품. 라이프 스타일로 볼 때 가장 적합한 보장 상품은 D보험사인데 두 상품의 가격 차는 5만원입니다. 어느 상품에 가입하시겠습니까?”라는 메시지가 나타난다. 나도해씨는 D보험사를 선택해 한번의 마우스 클릭으로 보험 예약가입을 마친다.

며칠씩 걸리던 금융 업무를 불과 10여분 사이에 PC 앞에서 처리하는 이런 모습은 필자가 꿈꾸는 미래다. 인터넷은 이런 모습을 가까운 미래에 현실로 만들어줄 것이다.

원래 금융업은 상품의 이동없이 숫자나 데이터만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e비즈니스에 가장 어울리는 산업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최고의 증권회사인 메릴린치가 뒤늦게 출발한 온라인 증권회사인 찰스 슈왑에게 시가총액에서 뒤지는 수모를 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4년간 홈뱅킹 비중이 30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인터넷을 이용한 주식거래 비중은 이미 60%를 넘어 세계 1위를 기록중이다. 금융산업에서의 인터넷 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또하나 주목할 점은 금융산업의 주도권이 금융기관에서 소비자에게로 넘어간다는 점. 정보를 독점하고 고객 위에 군림하던 금융기관은 곧 소비자에게 외면당해 생존 자체를 위협받게 된다.

격변의 시기에는 현재의 힘보다도 변화의 방향을 빨리 읽고 대처해가는 능력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 PC의 위력을 과소평가했던 IBM이 ‘보잘 것 없던’ 프로그래머 빌 게이츠의 눈치를 보는 처지로 전락하는 데는 채 10년이 걸리지 않았다.

이같은 시대변화를 쫓아가지 못하는 대부분의 국내 금융기관을 보며 필자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IMF 사태를 겪으며 절실히 느꼈 듯이 결국 그들의 실패는 전체 국민의 고통으로 전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 인터넷에서 3개월 전은 ‘옛날’이고 1년 전은 ‘역사적 과거’이며 3년 전은 ‘고고학적 과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빠르고 근본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제 파격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소비자의 재산을 관리해주고 부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고객의 시간을 획기적으로 절약해주는 꿈의 맞춤형 금융서비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

frpark@pax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