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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선의 실리콘벨리]정보검색 '열린공간' 활용

입력 | 2000-09-17 18:37:00


한국과는 약간 다르지만 미국에도 PC방이 있다. 여기에선 차도 마시고 인터넷도 할 수 있는 소위 인터넷 카페가 주종을 이룬다. 우리동네 다방(?) ‘커피 팩토리’에도 일곱 대의 컴퓨터가 있다. 이곳은 ‘공장’이라는, 우리 느낌에는 좀 무식한(?) 이름답게 한국의 커피숍 같은 우아함은 없다. 하지만 전시 겸 판매를 위한 동네화가들의 수채화가 벽에 걸려있어 소박한 운치를 느낄 수 있다.

인터넷 카페 ‘커피 팩토리’를 이곳 일간지 머큐리에도 소개된 바 있는 한국의 PC방과 비교해보자. 컴퓨터 사용이 공짜가 아니고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컴퓨터 앞에는 빈자리가 거의 없다는 점은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커피 팩토리’는 이용계층에서부터 PC방과 크게 차이가 난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의 절대 다수는 아저씨, 아줌마다. 한마디로 ‘애들은 가라’다. 따라서 모니터에 게임이 떠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거의 대부분이 정보검색을 하거나 E메일을 작성한다. 신용카드 사용명세 조회나 각종 예약의 경우에도 인터넷이 많이 쓰인다. 또 한가지, 캘리포니아주의 실내공간 금연조례 덕분에 공기가 매우 신선하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이곳에선 금연조례 준수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정복 경찰이 식당이나 바를 들락거리기도 한다. 손님 중 담배피우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으면 무조건 벌금형이다.

아이들은 주로 동네마다 있는 도서관을 무료 PC방으로 이용한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경우 사용시간이 30분으로 제한되는데 평일에는 숙제 도와주기 사이트나 연구 자료를 찾아 헤매는 꼬마들로 감히 컴퓨터 앞에 앉아볼 엄두도 못 낸다. 일전엔 꼬질꼬질한 옷차림의 노숙자(여기 말로 홈리스) 아저씨가 컴퓨터에 붙어 앉아 연거푸 자판을 두드리고 클릭을 해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하이테크 도시의 노숙자 답게 상당히 능숙한 솜씨였다.

나는 한국에 갈 때마다 가끔 PC방에 들른다. 그때마다 중고교생들이 컵라면을 먹어가며 게임에 몰두하는 것을 본다. 곰 때려잡는 굴 마냥 자욱한 담배연기 속, 롤플레잉 게임을 통해 해방감을 만끽하는 아이들. 그나마 PC방이 유일한 놀이터라니 측은한 느낌이 들었다. 초고속망과 최신형 컴퓨터가 고작 게임에만 쓰이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러나 굳이 밥이 좋다, 빵이 좋다 말하진 않으련다. 집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든, 혹은 벗지 않든, 지구상 최고의 이기를 정보공유의 수단으로 삼든, 스트레스 해소의 수단으로 삼든 그저 문화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이겠거니 생각해 본다.

이윤선(재미교포)eyoonsu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