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증시가 동반폭락하고 있다.
미국이 지난해 6월 이후 7차례에 걸쳐 금리를 1.75%포인트나 인상, 경기둔화와 기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제원유가격이 35달러 안팎까지 치솟고 반도체가격은 급락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원유가 급등과 반도체가격 하락의 충격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국내증시는 포드의 대우자동차 인수포기라는 돌발악재가 겹쳐 종합주가지수 600선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아시아→유럽→미국→아시아로 이어지는 주가폭락〓한국의 종합주가지수는 15일 628.20에 마감돼 연중최저치를 경신했다. 코스닥지수도 99.25를 기록, 작년 4월13일(96.93) 이후 17개월 만에 100선이 무너졌다. 국내주가 폭락으로 싱가포르 스트레이트 타임스지수(1.12%)와 영국의 FTSE100지수(2.45%), 브라질의 보페스타지수(1.22%) 등 전세계 주요증시의 주가가 차례대로 하락했다. 유럽증시에서 조흥(11.43%), 한빛(7.52%)은행과 삼성전자(5.18%) 등의 해외 주식예탁증서(DR) 가격도 크게 떨어졌다.
세계증시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 뉴욕증시도 폭락했다. 다우지수는 15일밤 160.47포인트(1.45%)나 떨어진 10,927.0을 기록, 8월10일 이후 한달여 만에 11,000선이 무너졌다. 나스닥지수도 78.63포인트(2.01%)나 하락한 3,835.23으로 밀렸다. 뉴욕주가 하락으로 16일 열린 대만증시에서 자취안지수는 전날보다 102.16포인트(1.4%)나 떨어진 7,053.29에 마감돼 지난해 8월9일 이후 1년1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세계증시 왜 동반폭락하나〓단기적으로는 원유가 급등과 반도체가격 급락이 기폭제가 되고 있다. 15일밤 서부텍사스중질유(WTI) 10월 인도물 가격은 35.92달러에 마감돼 10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64메가SD램(8×8 PC100)가격은 6.90∼7.31달러로 떨어졌다. 아시아 국가들은 유가상승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으며 한국과 대만은 유가상승 외에 반도체 가격 하락의 충격도 동시에 받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전세계 유동성이 줄어들고 있으며 미국경기의 둔화로 기업의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월가에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인하하기 전까지 증시는 약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가람투자자문 박경민 사장은 “강한 달러를 바탕으로 전세계 자금이 미국으로 유입돼 미국 증시가 10년 이상 상승하고 경기도 호황을 누렸으나 최근 들어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어 앞으로 2년 이상 어려운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주가는〓유가상승, 반도체하락, 포드의 대우차 인수포기, 외국인 매도라는 외환(外患)과 구조조정지연, 수급불균형 등 고질적인 내우(內憂)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증시는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대표주자인 삼성전자와 SK텔레콤 주가가 20만원 아래로 떨어지고 종합주가지수는 600선 밑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것이 다수론이다.
한 외국증권사 지점장은 “외국인들이 아시아에서 주식비중을 줄이면서 한국 대만 말레이시아 등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외국인이 당분간 한국증시에서 매수보다는 매도에 치중할 것으로 보여 주가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증권 이남우 상무도 “현금흐름이 좋은 기업들이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는 등 주주중시경영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 경우 주가는 오름세로 돌아서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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