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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게 이렇군요]민주당 초재선파동 안팎

입력 | 2000-09-17 18:58:00


15일 민주당 초재선 의원 13인이 모임을 갖고 당지도부를 성토한 ‘사건’이 여권 내에서 2차, 3차 충격파를 부르고 있다. 당 총재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향해 “현실인식이 잘못됐다”고 비판해댄, ‘전례 없는’ 충격파가 여권을 한차례 휩쓸고 간 이후, 이에 대한 갖가지 정치적 해석이 대두되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여진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13인의 집단행동’이 과연 그들의 주장대로 ‘아무 의도와 배경도 없는 단순한 모임’이었을까 하는 의문에서부터 논란은 출발한다.

‘당3역 사퇴’를 포함, 이들 13인이 제기한 지도부 비판에 대해서는 방법론상의 문제 제기가 있기는 하지만 그 내용만큼은 상당한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13인의 성향과 그 대칭점에 있는 ‘비판 대상 인사’들이 여권내의 ‘인맥 대립구도’와 맞아떨어진다는 점 때문에 이들의 행동에 ‘배경’이 있지 않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

한나라당이 정치적 배후설을 공론화했다. 김기배(金杞培)사무총장은 “민주당 소장파들이 당내 특정인의 사주를 받아 당 3역을 내쫓으려고 한다”고 주장하고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을 그 ‘배후’로 지목했다. 한최고위원이 당 3역 가운데 ‘반대파’를 제거하려 했다는 것.

과연 그런가. 13인 모임에서 당 3역사퇴론을 처음 제기한 김성호(金成鎬)의원은 한최고위원보다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당3역 교체를 요구하는 독자성명까지 낸 조순형(趙舜衡)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독자파’. 한최고위원이 ‘당3역 교체론’을 사주했다고 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오히려 “당을 걱정하는 순수한 마음에서…”라는 편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정치적 색깔을 입힐 소지는 있다. 민주당 3역 중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과 정균환(鄭均桓)원내총무는 한최고위원과 ‘가깝지 않은’ 사이로 분류되는 것이 사실. 김총장과 정총무 등은 권노갑(權魯甲)최고위원 및 한광옥(韓光玉)대통령비서실장과 함께 현 여권을 움직이는 ‘중심축’에 속해 있는 상황이다. 반면 한최고위원은 경선 1위에도 불구하고 여권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빈도가 높지 않은 등 ‘중심축’과는 거리가 있다.

이재정(李在禎) 이호웅(李浩雄)의원 등 15일 모임에서 강경발언을 주도한 의원들이 대체로 한최고위원 또는 김근태(金槿泰)최고위원과 가까운 사이라는 점도 눈길을 끄는 점. 김근태최고위원은 최고위원 경선 때부터 ‘내놓고’ 한최고위원과 연대한 사이다. 더욱 공교롭게도 13인 멤버 중 이재정 김성호의원이 17일 한최고위원의 필리핀 방문에 동행했다.

역시 경선 때 한최고위원과 연대한 김중권(金重權)최고위원이 최근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과 관련해 “국민의 정부가 관치금융 배제를 얘기하면서 권력층이 그런 의혹받을 일을 했다면 큰 문제”라며 세간에 나돌고 있는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의 외압설을 기정사실화하는 듯이 말한 것도 주목거리다. 김중권최고위원은 “관련자들은 진실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도 말했다.

문제는 박장관 또한 권노갑최고위원 쪽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김중권최고위원은 청와대 비서실장 시절부터 당시 박지원공보수석 및 권최고위원 측과 우호적이지 않은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런 정황들이 겹치면서 여권에서는 ‘사퇴론’의 충격파가 인맥갈등이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여진을 낳고 있는 것이다.

ysmo@donga.com

▼최고위원 당무감독 강화…당직자들 불만▼

‘당은 최고위원이 중심이 돼 운영하라’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진 뒤 민주당 내 최고위원들과 기존 당직자들간에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최고위원들이 18일 워크숍을 계기로 원내대책 당무 정책 대외활동 등으로 업무를 분장해 당직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감시, 감독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보여 업무의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도 예상된다.

우선 원내총무를 지낸 박상천(朴相千)최고위원이 원내대책에 이미 투입됐고, 나머지 최고위원 중 1명 정도가 원내대책에 관여할 예정이다. 몇몇 최고위원은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이 총괄해 온 당무에 관여해 ‘시어머니’ 역할도 하게 된다.

이같은 최고위원들의 ‘보폭 넓히기’에 대해 당직자들의 불만도 내심 적지 않다. 정균환(鄭均桓)총무는 15일 당 6역회의에서 “여러 최고위원들의 의견을 듣다 보면 이도 저도 안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는 후문.

또 서영훈(徐英勳)대표는 22일 김대통령 방일 때 정대철(鄭大哲)최고위원을 수행토록 추천했으나 김한길 총재비서실장이 반발, 김실장이 가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최고위원들의 의지는 강경하다. 한 최고위원은 “최고위원들이 당 3역을 맡아 전면에 부상해야 한다”고 주장, 당무 장악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