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밸류(Value)’, 가치주를 신봉하는 스타 펀드매니저들이 ‘나를 알아주는 큰 손’들을 위해 재야(在野)에서 진검승부를 벌인다.
박경민(SEI에셋→한가람투자자문) 김영수(동양오리온투신→튜브투자자문) 최대문(현대투신운용→현대해상투자자문) 박종규(LG투신운용→메리츠투자자문).
기업방문과 펀드운용은 기본. 이밖에 ‘얼굴마담’으로 각종 투자설명회에 강사로 나가야 하고 때로는 직접 마케팅까지 해야 하는 제도권 투신사 자산운용사의 속박을 벗어나 올들어 투자자문사 대표자리를 꿰어 찬 사나이들이다.
공통점은 또 있다. 종목을 고를 때 허울좋은 성장성보다는 기업의 가치를 제1로 친다는 점. 둘을 욕심내기보단 하나라도 착실히 지키는 운용스타일이다. 그래서 상승장보다는 하락장에 강하다.
비슷한 시기에 아픔도 겪었다. 작년 말부터 몰아친 인터넷열풍에 제때 편승하지 못해 펀드 수익률이 주가지수를 따라잡지 못한 것.
“이미 만족할 만한 수익률을 올려 주식을 대부분 팔아놓았는데 보름만에 종합주가지수가 200포인트나 오르더군요. 항의전화 때문에 잠을 못잤습니다.”(튜브 김영수사장)
김사장의 벤치마크(기준) 수익률은 금리다. 은행 예금금리보다 수익률이 높으면 자족(自足)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고객들은 주가지수 이상의 수익률을 원했다. 회사도 다그쳤다. 그래서 미련없이 사표를 던졌단다. 자신의 원칙을 접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한가람 박경민사장. 가치투자의 대명사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주주를 위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에만 투자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그래서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 인터넷기업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결과는 저조한 수익률.
“이 짓을 계속 해야 하는지 회의가 들어 은퇴를 결심했습니다. 전부터 꿈이었던 스님이 될까도 생각했었고 명상수련도 하고 싶었습니다.”
이 때 한국기술투자(KTIC) 서갑수사장이 “제대로 된 회사를 만들어보라”고 제의했다. 지금은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 없다.
한국투신 출신인 메리츠 박종규사장은 펀드매니저 1세대. 심하게 표현하면 ‘언론 기피증’이 있는 인물이었다. 그럴 시간에 한 곳이라도 기업방문을 더 간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 그가 변했다. “철새 펀드매니접니다. 저녁이나 한 번 하시죠”라고 먼저 연락을 해왔다. 이제 ‘내 회사’를 일궈 나간다는 생각에 신바람이 난다. 메리츠증권에서 자본금(30억원)의 대부분을 댔지만 그 자신도 2억원을 털어넣었다. 21일 개업식을 한다.
“수탁고에 연연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조급해지면 악성자금을 받게 되거든요. 화려하진 않지만 실속있는 운용을 하겠습니다. 그러면 언젠가는 내 스타일을 알아주는 고객들이 찾아오겠지요.”
현대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을 지낸 현대해상투자자문 최대문사장은 이들과는 경우가 좀 다르다. 모회사인 현대해상화재가 확실한 전주(錢主)이기 때문에 고객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다. 일단 1700억원을 받았다. 운용성적이 좋으면 약 2조5000억원에 이르는 현대해상의 자산운용을 상당부분 떠맡을 예정.
외부자금은 당분간 받지 않을 생각이다. 역시 “실적을 보고 제발로 찾아오게 만들겠다”는 게 최사장의 얘기다.
거액고객과 1대1로 계약을 맺어 운용을 자문(추천)하거나, 권한을 일임받아 운용하는 회사. 최소 자본금이 자문에 그칠 경우 5억원, 일임까지 하려면 30억원이다. 작년 상반기부터 급격히 늘어나 현재 132개사가 영업중이다.
▼펀드매니저 4인으 프로필▼
박경민
김영수
최대문
박종규
회사명
한가람
튜브
현대해상
메리츠
자본금
58억원
30억원
30억원
30억원
영업개시
7월초
최근
9월1일
9월21일
운용규모
70억원
200억원
1700억원
-
개인고객
최소10억원
최소10억원
안받음
최소5억원
주요경력
노무라증권-대우투자자문-SEI에셋
동양증권-동양오리온투신
증권거래소-국민투신-현대투신운용
한국투사신탁-LG투신운용
운용스타일
기본에 충실한 가치투자. 철절한 기업분석
'금리+a'가 고표, 절대 원금은 까먹지 않는다.
긴 안목으로 건실한 운용. 상식을 중시
보수적, 펀더멘털 중시, 약세장에 강하다.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