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rule, sorry.(규정입니다, 미안합니다.)”
시드니 올림픽 취재진이 호주인 자원봉사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규칙에는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이들의 원칙 제일주의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얼마 전 올림픽 공식용품 판매소를 취재할 때였다. 사진 한장을 찍으려고 했더니 번개같이 30대 중반의 여자 매니저가 나타났다. “이곳을 취재하려면 시드니 올림픽조직위원회(SOCOG)에서 서면 승낙을 받아오셔야 합니다. 규정입니다.” 기자가 난감한 표정을 짓자 위로의 말을 했다. “올림픽기간이라 하루 이틀 뒤면 처리해줍니다.”
길거리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주말 오전 1시경 기자가 탄 차가 달링하버의 노상주차 공간에 주차했을 때였다. 번개처럼 나타난 20대의 올림픽 진행요원은 “메인 프레스센터(MPC) 전용구역이라 주차하지 못합니다.” “이 밤에 올 사람도 없을 텐데?” “규정입니다.” 반대편 차로에는 주차시킬 자리가 많았지만 막무가내였다.
며칠 전 록스 거리에서 만난 50대 자원봉사자는 한술 더 떴다. 기자가 몇마디 물어보려고 다가갔더니 쌀쌀맞게 “노 코멘트”라며 입을 다물어버렸다. “SOCOG에서 어떤 미디어와도 인터뷰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말뿐이었다.
융통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들의 태도는 올림픽용 제스처는 아닌 듯하다. 교민들은 “정치인부터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법이나 규정이라면 신주단지 모시듯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자발적이란 점에서 정부가 강력한 제재로 질서를 강제하는 싱가포르와는 경우가 다르다.
하지만 호주인의 꼬장꼬장함은 룰을 지키는 것이 가장 편하고 빠른 길이란 것을 생활 속에서 체득한 산물이다. 실제로 앞의 매니저는 조직위에서 취재허가 팩스를 받자 직접 매장을 소개해주며 부탁하지 않은 자료까지 챙겨줬다. 손님이 북적대는 시간임에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친절했다.
윤정훈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