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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車사태 일파만파]車수출 전선에 먹구름

입력 | 2000-09-17 19:12:00


미국 포드사의 대우자동차 인수 포기선언이 몰고 온 가장 직접적인 피해는 당사자인 대우자동차와 그 협력업체에 집중된다. 대우차는 신뢰도 추락과 함께 내수 및 수출에 차질을 빚는 등 직격탄을 맞고 있고 대우 협력업체는 자금난과 연쇄도산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이들 기업의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 대우차 매각 차질이 산업현장에 일파만파의 파장을 몰고 와 올 하반기 실물경제의 최대 암초로 본격 자리하게 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대우자동차〓대우자동차 매각계획이 다시 상당기간 늦춰짐에 따라 대우차의 내수 및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대우차의 8월중 판매규모는 내수 2만4011대, 수출 3만2313대 등 5만6324대로 현대의 12만8759대, 기아차의 8만4800대에 크게 뒤졌다. 대우차 국내공장의 연산능력 126만6000대를 감안하면 부진한 성적표다.

대우차 고위관계자는 특히 9월 대우차의 내수 판매량을 2만2000대선으로 낮춰 잡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휴가철이 낀 지난달보다도 2000대 이상 감소한 것이며 7월에 비해서는 37% 가량 줄어드는 규모다.

대우차는 사실 경쟁업체들의 신차 출시로 전체적인 판매에서 이미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또 액화석유가스(LPG)값 인상 방침으로 잘 나가던 ‘레조’의 판매마저 주춤해지는 등 겹겹의 어려움에 처해있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수출이다. 매달 5만여대에 달하던 수출물량도 상당부분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포드가 인수하기로 함에 따라 대우의 해외수출이 탄력을 받았었다”며 “포드가 대우차의 부실을 문제삼고 있고 앞으로 상당기간 대우차 매각이 불확실해짐에 따라 수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시장에서 대우차 판매는 올 들어 8월까지 4만7000여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0%이상 늘어났으나 앞으로는 사정이 전혀 달라질 것으로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는 “포드의 인수예상이 그나마 호재로 작용해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대우차가 선방해 왔지만 지금으로서는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불확실한 미래만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 불안한 협력업체〓“또 대우인가.” 포드가 대우차 인수를 포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우차에 부품과 소재를 공급해온 협력업체들은 지난해에 이어 또 한 차례 자금난과 연쇄도산이라는 파도에 휘말리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대우차 최대 부품 공급업체인 한국델파이는 당장 대우자동차의 감산과 자금경색이 불어닥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대우사태의 여파로 회사의 지분을 미국 회사에 넘기고 회사명도 대우기전에서 한국델파이로 바꾼 이 회사의 대우차에 대한 의존율은 60%. 지난해 8300억원의 매출액 중 대우차에 부품을 납품하고 받은 대금은 5000억원. 이 회사 마케팅 담당자는 “판매 대금 대부분은 3개월 만기 대우 어음으로 받고 있다”며 “대우차 매각이 장기화 될 경우 매출액의 감소도 문제지만 금융비용 때문에 이중 삼중의 어려움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이 대우차와 직접 거래하는 1차 협력업체는 195개이며 종사자는 5만명에 이른다. 대우차 부평 공장을 중심으로 인천 지역에 집중돼 있는 이들 업체는 2차 협력업체가 납품한 부품을 중간 단계에서 조립해 대우차에 공급한다.

대우차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큰 업체는 100% 대우차에 납품하고 있는 삼립정공이며 이 외에도 ㈜유원 대원강업 동양기전 등도 매출비중이 크다. 2000개에 이르는 2차 협력업체의 종사자는 1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2차 협력업체는 보통 1차 협력업체로부터 1개월 만기 어음을 받고 있기 때문에 대우차의 자금경색은 1차 협력업체에서 2차 협력업체로 곧바로 이어진다고 업계는 내다봤다.

상장 협력업체들의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대우증권은 주가에 이미 반영되고 있는 협력업체로 매출비중이 가장 큰 삼립정공을 비롯해 동양기전 대원강업 유성기업 삼성공조 등을 꼽았다. 또한 포드의 인수포기 이유가 가격문제보다는 포드 자체 자금사정 악화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자 한라공조 덕양산업 SJM 등 포드 관련기업들의 주가도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라공조와 덕양산업은 포드계열 부품사인 비스티온이 각각 70%, 51%의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 SJM은 향후 5년간 포드에 대규모 납품 건을 따놓은 업체다.

대우차 협력업체들은 지난해 대우사태 후 간신히 연쇄도산 등을 모면해왔으나 포드의 인수포기에 따라 더 큰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