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저녁. 관중 9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드니 올림픽 유도 경기장은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일본 여자 유도의 ‘영웅’ 다무라 료코를 응원하는 일본 응원단이 다무라의 캐릭터가 그려진 붉은 옷을 입고 대부분의 관중석을 차지한 채 일장기를 흔들어 댔기 때문.
다무라가 준결승전에서 북한의 차현향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 다무라의 이름을 연호하는 일본 관중의 함성에 묻혀 ‘힘내라, 차현향’을 외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 그 속에는 ‘차현향’의 이름을 외치는 소리가 있었다. 관중석 앞쪽에 자리잡은 한국의 이상철 단장 등 한국 임원들과 윤성범 단장을 비롯한 북한 임원들이 나란히 앉아 소수의 현지 교민들과 함께 한반도 깃발을 흔들며 응원했던 것. 남자부인 한국의 정부경이 경기를 벌일 때도 양측 임원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한반도기를 흔들었다.
17일 저녁. 양측 임원들은 유도장에서 다시 나란히 앉았다. 한국 선수들이 일찌감치 탈락한 탓에 시종 북한의 계순희를 응원했다. 더구나 전날과는 달리 건너편 관중석에는 400명의 코리아 응원단(동아닷컴 한국통신 공동구성)이 일본 응원단에 맞서 열렬히 응원을 보냈다.
전 세계의 관중이 모이는 올림픽 경기장에서 남한 또는 북한의 응원단이 있고 없고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남북 선수단 임원들이 나란히 앉은일도 그리 큰 사건일 리 없다.
중요한 것은 응원단이건 선수단이건 또는 남한이건 북한이건 그 순간 그 자리에서만큼은 목이 터져라 ‘한 목소리’를 냈다는 사실이다.
“계순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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