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이동통신 IMT―2000 기술표준 현안해결을 위한 실무협의회가 유명무실화할 것이란 우려가 출범전부터 제기되고 있다.
유럽형 비동기식을 모두 고집하는 서비스사와 미국 퀄컴사의 동기식을 희망하는 장비제조사간 대립이 새삼 조정될 사안도 아닌데다 해결책이 나올 가능성도 없기 때문이다.
안병엽(安炳燁)정보통신부장관이 직접 제안한 실무협의회는 SK텔레콤 조민래상무, 한국통신 남중수IMT사업추진본부장, LG IMT―2000사업추진단 이정식 상무 등 서비스업체 대표와 장비업체 대표, 정보통신정책심의회 위원 등 10명으로 구성돼 표준문제를 논의한 뒤 이달말까지 결론을 정통부에 건의할 예정.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실무협의회에서 결론이 나오더라도 이행을 강제할 권한이 없어 운영과정에서 상당한 마찰이 예상된다”며 “정부가 주장하는 ‘자율 합의’는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기존의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기술기반 유지와 내수시장 보호를 이유로 동기식 사업자가 최소 1개이상은 돼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해온 정통부가 3개 사업자의 비동기식 채택을 수용하는 인식의 전환을 이루지 않는 한 타결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기술표준 결정의 칼자루를 쥔 통신사업자가 비동기식을 절실히 바라는 데야 완력이 아닌 한 정부와 제조사의 주장이 먹혀들 리 없다.
실제로 기술표준 선택의 주체인 서비스사업자들은 정통부가 제시한 사업계획서 마감일의 한달 연기와 실무협의회 구성을 수용했지만 현안해결에는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논의에는 참여하겠지만 이미 비동기식으로 확정한 기술표준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 휴대전화 최대사업자로서 동기식 유도의 집중표적이 되고 있는 SK텔레콤은 “비동기식 고수입장은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등 LG전자를 제외한 장비업체 진영은 동기식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통부는 업계 당사자가 모두 합의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준 뒤 논의 결과를 수용한다는 입장. 일단 실무협의회로 모양을 갖춘 후 막후접촉을 통해 SK텔레콤과 한국통신에 동기식 공세를 펼칠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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