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명시에 살고 있는 김현태씨(36)는 안양천 주변을 지나면 짜증이 난다. 시꺼먼 물줄기가 눈에 들어오면 가슴이 답답해 지는데다 악취가 진동하기 때문이다.
그는 “상류인 안양 유원지 부근만 해도 그렇게 수질이 나쁘지 않은데 서울에 가까워질수록 강물이 시꺼멓게 변해버렸다”며 “언제쯤 맑은 물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중랑천, 안양천, 탄천 등 주요 지천은 대부분 경기도에서 시작해 서울을 거쳐 한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 때문에 수질 개선을 위한 지천 주변 자치단체간의 긴밀한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한데도 실제 ‘팀워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수질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 이들 하천의 수질은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20∼30㎖/ℓ인 5등급 판정을 받아 ‘버려진’ 상태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두 차례나 물고기 떼죽음 사태가 벌어진 중랑천 유역에는 서울의 노원, 성동, 광진구 등 8개 구가 합쳐 97년 4월 ‘중랑천 환경행정협의회’를 구성한 바 있다. 그러나 벌써 3년이 지났는데도 중랑천 상류에 있는 경기 의정부시와 양주군은 아직 이 협의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안양천 행정협의회’는 서울 구로구 등 7개 구청과 경기도 안양, 의왕, 군포, 광명시 등이 참여해 지난해 4월부터 활동에 들어갔지만 아직까지 수질 개선에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와 서울 시계 구간의 안양천 수질은 BOD가 20㎖/ℓ을 훨씬 넘고 있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탄천 양재천 협의회’는 서울 서초, 강남, 송파구와 경기 성남, 과천, 용인시가 2년 넘게 지루한 논의를 벌인 끝에 가까스로 지난달 31일 발족됐다.
그러나 완공된 구미동 하수종말처리장(1일 처리 용량 1.5만t)이 분당 주민들의 반대로 가동되지 못하는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데다 경기도 상류지역의 축산 분뇨 처리 문제 등이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양재천 발원지인 과천시의 1일 평균 하수 처리용량이 적정 수준에서 5만t이나 모자라는 10만t에 그쳐 인근 서초, 강남구의 ‘원성’을 사고 있다. 서초구는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내년 중 서초구를 지나는 양재천 주변에 간이 수질정화시설을 우선 설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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