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이 모처럼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자민련은 18일 고위당직자회의를 열어 “한빛은행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제 실시문제를 포함한 모든 현안들에 대해 3당 원내총무 회담을 열어 논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변웅전(邊雄田)대변인은 특히 특검제에 대해 “우리당은 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며칠전 국정조사를 주장하던 입장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한나라당 주장에 동조하고 나선 것이다.
회의를 주재한 강창희(姜昌熙)부총재는 “지난해 옷로비 의혹사건도 결국 특검제로 가지 않았느냐”며 특검제 대세론을 폈고, 권해옥(權海玉)부총재는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의 해임을 주장하기도 했다. 나아가 민감한 현안인 의약분업에 대해서도 자민련은 ‘6개월 연기, 전면 재검토’를 당론으로 정해 밀고 나가기로 했다.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도 이같은 회의 결과를 보고받고 “요즘 책을 보니 미국에서 워터게이트사건부터 클린턴스캔들까지 특검제를 했어도 결과는 별게 없었다는데…”라면서도 “중지를 모은 대로 해나가라”고 말했다고 한 당직자는 전했다. 그동안 ‘노선부재’ ‘정책부재’의 늪에 빠져있던 자민련이 제 목소리를 찾은 것은 무엇보다 ‘국회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자세의 전환에 따른 것. 이는 물론 주변 여건을 감안할 때 교섭단체 구성이 쉽지 않다는 상황론에서 비롯됐지만 그간 “교섭단체 구성에만 매달리다가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는 자성론도 비등한 때문. 한 당직자는 “추석 때 내려가보니 충청권이 민주당과 한나라당으로 양분돼 자민련이 대안으로서의 기능을 거의 상실해가고 있더라”는 말로 당의 위기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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