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매케인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올해 초 조지 W 부시 텍사스주지사와 대통령 후보지명을 놓고 당내 경합을 벌일 당시 질문을 하나 받았다. 대통령이 되면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74)을 재임명하겠느냐는 것이었다.
“재임명은 물론이고, 만일 그가 죽는다면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일으켜 세워 선글라스를 끼워놓겠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 대통령’으로 추앙 받는 그린스펀도 젊은 시절, 허름한 클럽에서 색소폰을 불며 생계를 잇는 불우한 청년에 불과했다.
편모 슬하의 가난한 가정에서 자라나 FRB의장에 오르기까지 극적인 인생역정을 담은 그린스펀에 대한 최초의 전기가 다음달 출간된다.
작가 저스틴 마틴이 집필한 이 전기의 제목은 ‘그린스펀: 돈의 막후 조정자’. 마틴은 그린스펀 주변 인물 250여명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전기에 따르면 그린스펀은 5살 때 부모가 이혼하면서 어머니와 함께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줄리아드 음대에 입학하지만 싫증을 느끼고 학업을 중도에 포기한다.
재즈밴드에 가입해 전국을 떠돌던 그는 48년 악단을 그만두고 뉴욕대 경제학과에 입학하면서 경제와 인연을 맺게 됐다.
대학 졸업 후 금융 컨설팅 사업을 하던 그린스펀은 68년 친구의 소개로 리처드 닉슨 전대통령의 선거운동을 도우며 정 재계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닉슨 당선 뒤 “그와는 잘 지내기가 어렵다”며 백악관 입성을 거부했고 후임인 제럴드 포드 대통령에 의해 수석경제자문위원으로 등용됐다.
87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FRB 의장에 임명된 이래 조지 부시와 클린턴 행정부를 거치며 4번 연임을 기록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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