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부터 새로 선보인 SBS의 일일드라마 ‘자꾸만 보고싶네’(극본 박정주, 연출 운군일, 밤 8·45)에서 댕기동자 은열로 등장하는 이민우는 의젓한 모습이다.
‘춘향전’의 이몽룡역과 ‘용의 눈물’의 양녕대군역 등 사극 연기에서 동년배 배우(그는 76년 용띠생으로 차태현 장혁 김정현 등과 동갑)중 가장 발군의 연기력을 보여온 그인만큼 매우 익숙한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에게 이번 연기는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차라리 완전히 사극이던지 현대극이라면 편하겠어요. 이번에는 두가지가 섞여있어 연기 포인트 잡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자꾸만 보고싶네’는 21세기에도 전통적 가치를 고수하는 김훈장(이순재)네 둘째아들 은열과 졸부근성 가득한 장세윤(서인석)네의 외동딸 혜원(송선미)이 사랑에 빠지면서 대조적인 두 가문이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나갈 코믹홈드라마.
은열은 할아버지 앞에서는 다소곳한 유생이지만 집밖으로 나가면 스쿼시와 절벽타기 등 현대적 레포츠를 즐기는 이중생활을 한다. 사랑도 어릴적부터 오누이처럼 지낸 정혼녀 함춘봉(배두나)과 혜원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
이민우는 매번 드라마 출연을 앞두고 자신이 맡은 배역을 철저히 분석한 리포트를 자발적으로 연출자에게 제출해 왔으나 이번에는 배역의 이중적인 성격때문인지 리포트가 영 신통치 않았던 모양이다.
“저는 드라마속 성격을 자신에 맞게 고치기 보다 인물 자체에 몰입하는 유형인데 이번 배역의 성격은 제가 만들어가야한다는 점에서 녹녹치 않습니다.”
6세때 아역탤런트로 연기를 시작해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수석입학하는 등 모범적 코스를 밟아온 그는 연기하는 자세도 진지하다. 이런 자세는 대학 입학후 청춘스타로 올라서려는 욕심에 심한 홍역을 앓다가 ‘용의 눈물’ 출연을 계기로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지는 연기자’가 되는 것을 평생 목표로 삼으면서 비롯했다.
MBC 시트콤 ‘뉴논스톱’에서 느끼한 바람둥이 골프특기생으로 기존의 의젓한 이미지를 마구 망가뜨리는 것이나 “다음 배역은 꼭 악역을 맡아보고 싶다”는 욕심도 자신을 비울수록 연기영역은 넓어진다는 어른스런 생각에서다.
그의 표현대로 ‘초현대극’인 이 드라마가 끝날 때쯤 이민우의 연기가 얼마나 더 성숙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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