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에 대한 야당의 특별검사제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여권에서는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의 자진사퇴론도 확산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한나라당은 물론 자민련도 18일 당론으로 특검제를 요구한 데 이어 19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김경재(金景梓)의원 등이 조건부로 특검제 수용론을 펴고 나섰다.
정치권의 이런 상황을, 16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최고위원 낙선자 오찬에서 “한빛은행 사건과 관련해 국정조사든 뭐든, 모든 것을 국회에서 의논해서 하라”고 제시한 ‘지침’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계산상으로는 특검제가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검제가 실현되기까지는 장애가 많을 것이란 전망이 일반적이다. 김대통령이 완강하게 특검제를 거부하고 있는 데다, 자민련이나 민주당에서 특검제를 거론하는 사람들의 관철 의지가 그렇게 강력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당장의 관심은 박장관 자진사퇴론에 쏠리고 있다. 특검제를 막기 위해서도 박장관이 물러나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박장관이 장관직을 사퇴한 상태에서 수사를 받아야 검찰수사가 신뢰를 얻을 수 있으며, 그래야 특검제 요구도 명분을 잃게 된다는 것.
여권 관계자들이 박장관의 존재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 의혹이 증폭되는 만큼 더 이상 부담을 주지말고 자진사퇴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 의원들의 ‘솔직한’ 요구다. 그런 요구와 정서는 추석 귀향활동 이후부터 제기되기 시작해 지금은 여권 핵심부에까지 번져 있는 상태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내가 박장관과 친한 사이라면 사퇴를 권유하겠지만…”이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동안 박장관을 결사 옹호해온 한 핵심인사는 “박장관이 검찰수사에 당당하게 응해 결백을 입증한 뒤 사퇴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선(先)결백입증 후(後)사퇴’ 방안을 조심스럽게 거론했다.
그러나 “혐의가 없는데 어떻게 사퇴시키느냐”는 반론도 아직은 강하다. 정권교체의 한 주역이자, 김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박장관이 여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사퇴론이 어떻게어떤 모양새로 귀결되느냐에 따라 여야 대치정국도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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