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군의 공습에도 끄떡없던 밀로셰비치 정권이 선거로 무너지는가.’
24일로 예정된 유고 대통령 선거전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현 대통령과 야권 후보간에 불꽃튀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밀로셰비치 진영은 ‘낙선은 곧 전범(戰犯)으로 체포되는 것’이라는 긴박감 속에 반(反)서방 민족주의를 불러일으키려고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민심은 야권 연합인 세르비아 민주야당(DOS)의 후보 보이슬라브 코스투니차쪽으로 거의 기운 상태. 또 미국 유럽연합(EU)국가들도 야당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어 이미 대세가 기울었다는 관측이 많다.
유고 베오그라드 법원은 18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의 지도자들을 발칸 전쟁을 일으킨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AP 등 외신은 이날 시작된 재판이 유권자들에게 지난해 NATO 공습을 일깨우려는 ‘선거용’이라고 혹평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19일 미국이 밀로셰비치 정권을 몰아내기 위해 그동안 7700만달러(약 850억원)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이미 미국은 유고에 인접한 헝가리 대사관내에 유고 선거 지원 사무소를 개설해 놓고 있다. 이와 함께 유럽연합은 18일 유고 국민이 이번 선거에서 밀로셰비치를 거부할 경우 유고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며 수백만 달러의 경제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NATO 공습을 격렬하게 비난했던 러시아도 이번 선거가 공정하고 민주적으로 치러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밀로셰비치 진영은 그야말로 사면초가(四面楚歌) 상황을 맞고 있는 셈.
이와 함께 야권 연합 후보로 나선 코스투니차에 대한 지지율도 밀로셰비치보다 훨씬 우세하다. 유고 정치연구 및 인문과학연구소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 코스투니차의 지지율은 40%로 밀로셰비치(22%)보다 훨씬 웃돌았다. 16일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코스투니차의 유세에서는 이번 선거 유세 가운데 가장 많은 3만명이 운집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결코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최근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위기감을 느낀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유고연방을 탈퇴하려는 몬테네그로를 침공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코소보 지역에서의 투표도 큰 변수가 될 전망. 밀로셰비치 진영이 선거전 코소보에서 혼란을 일으켜 투표를 무효로 만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또 이 지역에서는 최근 10년 이상 인구통계조사가 실시된 적이 없어 유권자수와 투표수를 조작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래저래 유고 선거는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는 아무도 그 결과를 점칠 수 없어 국제 사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코스투니차는 누구인가?▼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 대통령의 권좌를 위협하는 야당 연합 세르비아 민주야당(DOS) 후보 보이슬라브 코스투니차(56). 그는 14일 코소보 유세 도중 밀로셰비치 지지파가 던진 돌에 맞아 피를 흘렸다. 그러나 그는 “이 같은 폭력사태는 밀로셰비치가 얼마나 겁을 먹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오히려 자신감을 보였다.
이변이 없는 한 이번 대선에서 그는 승리의 축배를 들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설득력과 합리성을 갖추고 있으며, 다른 유고 야당 지도자들이 쉽게 부패사건에 연루돼온 데 반해 청렴하다는 것이 그의 강점. 학자풍으로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평도 있다.
베오그라드대에서 법학과 철학을 배웠으며 법학교수가 되었다. 1989년 정계에 입문, 92년 세르비아 민주당(DSS) 창당과 동시에 당수에 취임한 뒤 97년까지 8년간 세르비아공화국 의원으로 활동했다.
다른 야당 지도자들과 달리 밀로셰비치 대통령과 단 한번도 만나지 않았을 정도로 거리를 두고 있다. 또 지난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공습을 비판하는 민족주의 성향도 지녔다. 하지만 서방과의 대화를 주장하는 등 유연함도 겸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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